전략을 시스템에 넣는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9편
우리 회사의 올해 R&D 전략이 어디 있는지 물으면, 대체로 파일 이름이 나옵니다.
"2026년 R&D 전략 최종.pptx"
그리고 그 옆에는 대체로 "최종_수정본"과 "최종_v3"이 함께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 최종인지는 만든 사람만 압니다.
지난 편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임을 나누는 일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라고요. 3년 전에 무엇을 왜 골랐는지가 남아 있어야 나중에 구분할 수 있다고요.
그럼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 오늘부터 그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가장 앞에 있는 것, 전략과 과제입니다.
등록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먼저 이 말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전략을 시스템에 등록한다고 하면, 대개 이렇게 이해합니다. 전략 문서를 시스템에 올려둔다.
그건 문서 보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등록은 다른 것입니다.
등록한다는 것은, 그것이 다른 것들과 연결되는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 전략에 어떤 과제들이 달려 있는지. 그 과제들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이 전략이 어떤 조건을 전제로 삼고 있는지. 그 전제가 흔들리면 어느 과제까지 영향을 받는지. 이 전략은 언제 누구의 판단으로 정해졌고, 그때 어떤 대안이 함께 논의되었는지.
문서 안에서는 이런 것들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선 글들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사람은 나갑니다.
전략에 위계를 두지 않습니다
전략을 데이터로 다루기 시작하면 첫 번째로 부딪히는 것이 계층 문제입니다.
전사 전략이 있고 사업부 전략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구조를 떠올리게 됩니다. 전사 전략 아래에 사업부 전략이 붙고, 그 아래에 과제가 붙는 구조요.
저희는 이 구조를 권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업부 전략이 전사 전략의 하위 항목으로 종속되면, 등록하는 순간 어느 상위 항목에 붙일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올라온 방향이 기존 전사 전략 중 어디에도 깔끔하게 안 맞는 경우가 대단히 흔합니다.
그러면 두 가지 중 하나가 일어납니다. 억지로 가장 비슷한 상위 항목에 끼워 넣거나, 아예 등록되지 않습니다. 둘 다 나쁩니다. 앞의 경우는 그 전략의 원래 취지가 왜곡되고, 뒤의 경우는 아예 사라집니다.
그래서 전략들을 각각 독립적으로 두고, 필요하면 묶어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씁니다. 상하 관계가 아니라 나란한 관계입니다. 관련 있는 것들은 묶여서 함께 조회되지만,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종속되지는 않습니다.
전략과 과제 사이는 다릅니다. 하나의 전략이 여러 과제를 거느립니다. 그리고 이 연결이 나중에 대단히 중요해집니다.
어디서 나왔는지를 함께 남깁니다
전략이 등록되는 경로는 하나가 아닙니다. 저희는 세 가지로 나눕니다.
| 경로 | 설명 | 심의 |
|---|---|---|
| Top-down |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 | 불필요 (이미 판단 완료) |
| 합의형 | 경영진이 검토 후 확정 | 논의 과정 포함 |
| Bottom-up | 현장 · 사업부에서 제안 | 필수 |
세 번째만 심의를 필수로 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것은 이미 결정권자가 판단한 것이지만, 아래에서 올라온 것은 아직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회사의 방향이고 어디까지가 한 부서의 희망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를 더 기록합니다. 이 전략이 위에서 내려온 것인지, 아래에서 올라온 것인지, 중간에서 조율된 것인지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몇 년 뒤에 이 정보가 필요해집니다. 우리 회사의 방향이 주로 어디서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올라온 전략이 몇 년째 하나도 없다면, 그건 현장에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올라오는 통로가 막혀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채택되지 않은 것도 남습니다
과제 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에서 과제는 승인된 다음부터 관리됩니다. 그 전에는 개인 폴더와 메일함에 있습니다. 검토하다 접은 것은 아예 사라집니다.
저희는 과제를 하나의 묶음으로 놓고, 그 안에서 상태를 갖게 합니다.
| 상태 | 의미 |
|---|---|
| 후보 | 처음 제안된 상태 |
| 검토 중 | 타당성 · 우선순위 검토 진행 중 |
| 실행 | 심의를 거쳐 채택 · 수행 중 |
| 완료 | 종료 |
| 보류 | 잠시 멈춤 |
| 폐기 | 안 하기로 결정 — 그 자리에 남아 있음 |
핵심은 이것입니다. 폐기된 것도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는 실제 상황을 떠올리면 분명합니다. 3년 뒤에 비슷한 제안이 올라옵니다. 그때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거 예전에 검토한 적 있지 않나. 왜 안 했지.
지금은 이 질문에 답할 방법이 대체로 없습니다.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외에는요. 그리고 그 사람은 대개 없습니다.
남아 있으면 답이 나옵니다. 그때 왜 접었는지, 무엇이 걸림돌이었는지, 그 걸림돌이 지금도 그대로인지. 그리고 그 걸림돌이 사라졌다면, 그건 지금 다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접힌 과제는 죽은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기준은 미리 정해 둡니다
과제를 고르는 데에도 기준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됩니다. 후보들이 올라오고, 회의를 하고, 논의 끝에 정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골랐는지는 회의록에도 잘 안 남습니다.
기준을 미리 정해 두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 효과 | 내용 |
|---|---|
| 비교가 됩니다 | 시장성, 기술 확보 가능성, 전략 부합도, 소요 자원, 위험 수준 같은 항목을 정해 두고 같은 자로 재면, 무엇이 왜 앞섰는지가 드러남 |
| 검증이 됩니다 | 3년 뒤 판단이 옳았는지 물을 때, 기준이 남아 있으면 무엇을 물어야 할지가 분명함. 기준이 없으면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음 |
물론 기준으로 다 재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점수를 매길 수 없는 판단이 반드시 남습니다. 그건 사람이 해야 하고, 그것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잴 수 있는 것은 재고, 재지 못한 부분이 어디였는지를 남겨 두자는 것입니다.
전략 없이 시작된 과제도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어떤 연구원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던 것이 의미 있는 결과를 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느 전략에도 속해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억지로 어느 전략에 갖다 붙이거나, 전략 없이 그냥 두거나.
저희는 전략 없이 등록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것이 회사의 방향으로 인정되면, 그때 전략에 소속시키거나 그 자체가 새로운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게 아래에서 올라온 것이 회사의 방향이 되는 실제 통로입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상향식 경로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등록할 자리가 먼저 있어야 합니다.
확정하는 순간, 기록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원칙과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계획을 확정하는 시점에 담당자가 하는 일은 확정 처리입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두 가지가 함께 만들어집니다.
하나는 결정의 기록입니다. 언제, 누가, 무엇을 근거로 이것을 확정했는가.
다른 하나는 전제입니다. 이 계획이 딛고 있는 조건들이 무엇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들이 별도의 작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담당자가 확정 처리를 하는 과정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문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이 별도 업무가 되면 안 됩니다. 별도 업무가 되는 순간, 바쁠 때 가장 먼저 밀립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바쁩니다.
기록은 업무의 부산물이어야 합니다. 일을 하면 남는 것이어야지, 일을 하고 나서 따로 하는 것이 되면 결국 안 남습니다.
그런데 방금 언급한 두 번째 것, 전제라는 게 무엇이고 왜 그것을 함께 적어야 하는가. 이게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 중 하나입니다.
다음 편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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