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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지식 재정의; 축적과 활용 — 활동 단위와 기술 단위, 지식 축적의 두 구조
실무편 42 / 45

지식 재정의; 축적과 활용 — 활동 단위와 기술 단위, 지식 축적의 두 구조

실무 이야기 · AVDE

실행 단계 사례를 쓰려다가

지난 글에서 전략·기획 단계의 사례를 다뤘습니다. 다음은 실험과 연구노트 단계라고 예고드렸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군데서 막혔습니다.

하나, 실행 단계에는 전자연구노트가 이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는 일이 저희가 이야기해 온 구조와 상당 부분 겹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더 하자는 것인지가 정리되어야 했습니다.

둘, 기술 조사나 동향 파악 같은 업무는 들어갈 자리가 아예 없었습니다. 실험도 아니고 전략도 아니니까요.

한참 들여다본 끝에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식이 쌓이는 자리가 한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정리이고, 사례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지난 글을 다시 보면

전략·기획 단계의 사례를 다시 놓고 보겠습니다.

그 글에서 지식이 쌓인 자리는 어디였습니까.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과제 후보 평가"라는 활동이었습니다. 평가 기준도, 기각 사유도, 전제도 전부 그 활동의 수행 기록으로 남았고, 활동 코드로 조회하니 지난 세 번의 수립 이력이 나왔습니다.

전략은 그것들을 묶는 자리였습니다. 이 평가가 어느 전략에 속한 일이었는지, 그 전략 아래 어떤 과제들이 채택되었는지.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전략과 과제는 지식이 쌓이는 단위가 아니라, 지식이 귀속되는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전략은 반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4년 전략 수립과 2025년 전략 수립은 이름만 같지 다른 일입니다. 반복되지 않는 것에는 표준이 성립하지 않고, 쌓일 수가 없습니다. 쌓이는 것은 그 안에서 반복 수행되는 활동 — 후보 평가, 심의, 재검토 — 쪽입니다.

여기까지는 앞선 글들의 정리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활동에 담기지 않는 것이 있었습니다

기술 조사, 선행기술 검토, 외부 동향 파악, 요소기술 확보 방안 검토.

이런 일의 결과물은 어디에 쌓여야 합니까. 조사라는 활동에 쌓인다고 하면, 이상해집니다. "조사 활동의 지난 수행 이력"을 볼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찾는 것은 "고분자 서방화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 전부"입니다. 조사가 언제 몇 번 수행되었는지가 아니라요.

즉, 이런 지식은 활동이 아니라 대상에 모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위탁기관을 선정하는 일은 분명히 반복 활동이고, 그 수행 기록은 활동에 쌓입니다. 그런데 3년 뒤 담당자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선정 활동의 이력"이 아니라 **"B기관에 맡기면 어떤가"**입니다. 같은 기록이 기관 쪽에서도 조회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리가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지식이 쌓이는 자리는 두 종류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활동에 쌓이는 지식입니다.

반복 수행되는 표준 활동이 단위입니다. 시험 수행, 검체 채취, 기관 선정, 결과 판정, 과제 후보 평가. 표준이 먼저 있고, 수행할 때마다 기록이 그 아래로 쌓입니다. 시간축으로, 회차가 쌓입니다.

둘째, 실체에 모이는 지식입니다.

일의 대상이 되는 실체가 단위입니다. 대표적으로 기술이고, 회사에 따라 원료나 설비나 외부기관이 그 자리에 올 수 있습니다. 실체는 수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관련된 것이 계속 매달립니다. 산출물, 조사 자료, 특허, 다뤄본 연구원, 맡겨본 기관, 그 기술을 쓴 과제, 그 기술을 붙잡은 전략까지. 도메인축으로, 관련된 것이 모입니다.

그리고 전략과 과제는 이 둘 어느 쪽도 아닙니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활동들을 묶고, 그 결과가 귀속되는 맥락입니다.

한 문장으로 하면 이렇습니다.

지식은 활동에서 만들어지고, 사안에 귀속되며, 실체에 모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비가 하나 나옵니다. 전략은 언젠가 닫히고, 실체는 닫히지 않습니다.

전략은 종료됩니다. 거기 매달린 과제와 판단도 함께 마무리됩니다. 반면 요소기술 코드 하나는 10년 뒤에도 있고, 그 사이를 지나간 것들이 계속 매달립니다.

그래서 회사에 가장 오래 남는 지식은 오히려 실체 쪽에 붙습니다. 전략이 닫혀도, 그 과정에서 얻은 조사 결과와 기관 평가는 실체 쪽에 남아 다음 전략에서 다시 쓰입니다.

이제 두 자리를 하나씩 보겠습니다.

활동에 쌓이는 지식 — 이미 절반은 갖춰져 있습니다

이 자리를 이야기하려면 **전자연구노트(ELN)**를 먼저 봐야 합니다.

작업 지침에 코드가 붙어 있습니다. 표준작업절차가 있고, 버전이 관리되고, 개정하려면 권한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실험을 수행하면 어느 버전의 절차를 따랐는지가 남습니다. 기록은 지워지지 않고, 고치면 사유와 서명과 일시가 함께 남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구조 그대로입니다. 표준이 있고, 그 위에 수행 기록이 쌓입니다.

그리고 같은 작업 지침이 이 실험에서도, 다음 실험에서도, 다른 과제에서도 반복됩니다. 그러면 그 지침 아래로 수행 이력이 자연스럽게 모입니다. 별도로 정리하지 않아도요.

의도한 것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지식이 모이는 단위가 되어 있습니다. 규제 대응을 위해 만든 구조가 부수적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자연구노트를 쓰는 조직은 이 자리의 골격을 이미 갖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 것이 아닙니다.

다만 판단이 담기지 않습니다

차이는 세 곳에서 나타납니다.

표준이 담는 내용. 전자연구노트의 표준은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담습니다. 순서, 조건, 기록 항목, 합격 기준. 여기에 이 활동이 끝나면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가가 더해져야 합니다.

기록이 담는 내용. 전자연구노트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를 담습니다. 여기에 왜 그렇게 정했는가가 더해져야 합니다. 검토했으나 채택하지 않은 대안, 그때 전제로 삼은 것이요.

관계의 범위. 전자연구노트는 프로젝트 안에서 닫혀 있습니다. 위로는 프로젝트가 끝이고, 옆으로 다른 과제의 같은 활동을 불러올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셋은 하나의 이유로 설명됩니다. 설계 목적이 다릅니다.

전자연구노트는 규제 대응 위에 설계되었습니다. 규제가 묻는 것은 정해진 대로 했는가입니다. 왜 그렇게 정했는가는 규제가 묻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자리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빠뜨린 것이 아니라 요구되지 않은 것입니다.

일탈에는 판단이 남습니다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일탈과 시정조치에는 판단이 온전히 남습니다.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어떤 조치를 검토했는지, 왜 그걸 택했는지, 효과는 어땠는지. 그 기록은 몇 년이 지나도 조회됩니다.

규제가 그것만은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가 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판단은 남고, 평상시의 판단은 남지 않습니다.

7회차 결과를 보고 8회차 조건을 어떻게 바꿀지 정하는 그 판단이요. 실패도 아니고 일탈도 아니고, 연구가 진행되는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판단들이 모여서 연구가 됩니다.

기록의 무결성은 오래전에 해결되었는데, 판단의 축적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전자연구노트가 없는 조직이라면 — 분류체계가 아니라 이미 있는 절차 문서에서 출발하십시오. 작업 표준서, 시험 지침, 검토 체크리스트. 부서 서랍이나 공유 폴더에 흩어져 있을 뿐 대부분의 회사에 있고, 그것들이 사실상 작업 지침에 해당합니다. 이름을 붙이고 코드를 부여하면 표준 활동이 됩니다. 없으면 가장 최근 사례를 되짚어 만들면 됩니다.

실체에 모이는 지식 — 대부분 비어 있는 자리

이제 두 번째 자리입니다.

기술 조사와 동향 파악의 결과물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담당자 폴더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담당자가 나가면, 파일은 남는데 그것이 무엇과 관련된 것이었는지가 사라집니다.

이 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회사가 다루는 기술을 먼저 정의하고, 산출물과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그 기술 코드를 연결합니다. 그러면 그 코드 아래로 관련된 것이 모입니다.

이건 문서를 정리하려고 만드는 분류가 아닙니다.

앞선 글에서 분류체계가 왜 사장되었는지 다뤘습니다. 그때 지적한 것은 문서를 어느 서랍에 넣을지 정하는 분류였습니다. 기술을 정의하는 일은 성격이 다릅니다. 회사가 무엇을 다루는 회사인지를 정의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문서가 서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산출물과 정보와 사람과 기관이 그 정의에 연결됩니다. 분류체계의 결정적 한계가 관계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관계가 본체입니다.

실무 원칙 세 가지만 적어두겠습니다.

하나, 코드를 하나의 나무로 만들지 않습니다. 제품 축, 요소기술 축, 적용 단계 축처럼 성격이 다른 축을 각각 두고, 대상 하나에 각 축의 코드가 독립적으로 붙습니다. 축이 섞이지 않으면 한 축을 세분화해도 다른 축이 영향받지 않아 변화 관리가 됩니다. 대부분의 분류체계가 굳어버린 이유는 하나의 나무에 제품과 부서와 연도가 섞여 있어서, 하나만 바뀌어도 전체를 다시 짜야 했기 때문입니다.

둘, 사람이 손으로 붙이는 것은 사실상 기술 축 하나입니다. 활동과 산출물은 이미 프로젝트나 제품에 속해 있어서, 상위의 축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셋, 갱신 경로를 반드시 넣습니다. 새 과제나 외부 정보가 들어왔는데 붙일 코드가 없다면, 그것이 신규 기술 후보 신호가 되어야 합니다. 이 경로가 없으면 기술 정의도 3년 뒤에 분류체계와 똑같은 길을 갑니다.

두 자리는 서로를 비춥니다

마지막으로, 둘이 어떻게 만나는지입니다.

위탁기관 선정은 활동입니다. 수행 기록과 기각 사유는 활동 쪽에 쌓입니다. 그런데 그 기록에는 A기관과 B기관이 등장하고, 기관은 실체입니다. 그러면 같은 기록이 양쪽에서 조회됩니다. 활동 쪽에서 보면 "우리가 기관 선정을 어떻게 해왔는가"이고, 기관 쪽에서 보면 "이 기관에 맡기면 어떤가"입니다.

기술 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사는 활동으로 수행되지만, 그 결과물은 조사한 기술 쪽에 모입니다.

두 번 기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 기록하고 두 방향에서 꺼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앞선 글에서 다룬 관계입니다.

정리하면

지식이 쌓이는 자리는 두 종류입니다. 반복되는 활동에 시간축으로 쌓이는 것과, 일의 대상인 실체에 도메인축으로 모이는 것.

전략과 과제는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지식이 만들어지는 활동을 묶고, 결과가 귀속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전략은 닫히지만 실체는 닫히지 않으므로, 회사에 가장 오래 남는 지식은 실체 쪽에 붙습니다.

활동 자리는 전자연구노트가 이미 절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없는 것은 판단 — 무엇을 정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정했는지 — 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의 판단은 남는데 평상시의 판단은 남지 않는 지금 상태가,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실체 자리는 대부분의 조직에서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분류체계를 다시 만드는 일이 아니라, 회사가 다루는 대상을 정의하고 관계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행 단계의 적용 사례를 데이터 형태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활동 하나와 기술 하나를 놓고, 지난 전략·기획 사례와 같은 형식으로 다루겠습니다.

저희는 25년 동안 제약·바이오·화장품·화학·건설·제조 분야에서 R&D 관리 체계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이미 갖추신 것을 먼저 확인하고, 그 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정리합니다. 이야기 나눌 자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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