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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과제가 실패했을 때, 그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22 / 45

과제가 실패했을 때, 그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8편

몇 편 전에 이런 질문을 던져 놓고 답하지 않았습니다.

3년을 쏟은 과제가 있습니다. 일정도 지켰고, 예산도 넘지 않았고, 목표한 성능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갔고, 결과물을 쓸 데가 없습니다.
이 과제는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그리고 더 어려운 질문이 뒤따릅니다. 이건 누구의 책임입니까.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분위기로 정해집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그냥 "잘 안 됐다"입니다

과제가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때, 조직에서 오가는 말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그 과제 결국 잘 안 됐죠."

이 한 문장 안에 전혀 다른 상황들이 뭉뚱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뭉뚱그려진 채로 남으면, 그 무게는 대체로 그 과제를 실제로 수행한 사람에게 갑니다. 이름이 거기 붙어 있으니까요.

이게 왜 문제인지는 잠시 뒤에 이야기하고, 먼저 나눠 보겠습니다.

잘 안 되는 데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유형 설명
방향이 틀렸다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과제. 시장이 그만한 크기가 아니었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거나, 더 나은 대안이 있었는데 검토되지 않음
전제가 무너졌다 시작할 때는 옳은 선택. 그런데 판단이 딛고 있던 조건이 바뀜 — 규제, 경쟁사, 원료 공급 등.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달라진 경우
실행이 부실했다 방향은 맞았고 조건도 그대로인데, 수행이 안 됨. 일정 지연, 검토 누락, 문제 보고 지연
기술적으로 안 됐다 방향도 맞고 실행도 제대로 했는데, 해보니 안 되는 것. 이건 실패가 아님 —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자체가 연구의 성과

이 네 가지가 전혀 다른 사건인데, 지금은 대체로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럼 각자 무엇에 답합니까

책임을 나누는 기준은 직급이나 부서가 아니라 어느 기능에서 나온 판단인가입니다.

기능 답해야 하는 것
기획 무엇을 할지 골랐는가. 선택의 근거는. 다른 대안은 검토했는가. 어떤 조건을 전제로 삼았는가. 전제가 흔들리는지 지켜보고 있었는가. 접어야 할 시점에 접었는가.
실행 맡은 것을 제대로 수행했는가. 계획 대비 어디에 있는가. 막혔을 때 제때 알렸는가. 결과를 기록했는가.

이렇게 나눠 놓고 앞의 네 가지를 다시 보면 정리가 됩니다.

방향이 틀린 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실행을 맡은 사람에게 물을 일이 아닙니다.

전제가 무너진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그 전제가 흔들리는 신호가 있었는데 아무도 안 보고 있었다면, 그건 기획이 답할 몫입니다. 신호를 못 봐서 3년을 더 간 것과, 신호를 보고 1년 만에 접은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실행이 부실한 것은 수행의 문제입니다. 여기는 명확합니다.

기술적으로 안 된 것은 아무도 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답할 것이 있다면 그 사실을 제대로 기록했는지 정도입니다.

기획 · 실행 구분이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이 구분이 왜 중요한가. 없을 때 생기는 일을 보면 분명해집니다.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방향이 틀려서 접힌 것과 실행이 부실해서 접힌 것이 똑같이 "실패한 과제"로 기록된다면, 담당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하나입니다. 확실히 될 만한 것만 맡는 것. 불확실한 과제는 아무리 가치가 커도 개인에게는 위험입니다.

그래서 도전적인 과제를 하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안 됩니다. 독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셈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입니다.

접어야 할 과제가 안 접힙니다.

접는 순간 그것이 누군가의 실패가 된다면, 아무도 먼저 접자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 과제를 고른 사람과 실행하는 사람이 같으면 더 그렇습니다. 지난 편에서 이야기한 대로, 자기가 세운 계획을 자기가 접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미 답이 나온 과제가 예산을 계속 쓰면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산은 새로 시작했어야 할 과제의 몫이었습니다.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실패로 기록될 것을 자세히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을 시도했고 어디서 막혔는지를 상세히 적으면, 그게 나중에 자기에게 불리하게 읽힐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종료 보고서는 짧고 건조해집니다.

그리고 3년 뒤 비슷한 과제가 올라왔을 때, 우리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무자에게는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이 이야기가 관리를 늘리자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지금 실무자가 억울한 것은 한 일이 안 보여서입니다. 시장이 바뀌어 과제가 접혔는데 그것이 자기 이력에 "종료된 과제"로만 남습니다. 그 3년 동안 무엇을 알아냈는지, 어떤 판단을 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책임이 구분되면 이렇게 바뀝니다. 환경이 바뀌어 접힌 과제는 실행의 실패로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별도로 남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 개인도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 증명할 근거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임을 나누는 일이 그 증명의 출발점입니다.

현장에서 올라오는 신호는 어떻게 됩니까

한 가지 오해를 막아 두겠습니다.

방향에 대한 책임이 기획에 있다는 것은, 연구팀이 방향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가 방향을 바꾸는 일은 R&D에서 대단히 흔합니다. 오히려 그런 조직이 First Mover가 됩니다.

그래서 현장의 신호가 위로 올라가는 통로는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도 책임이 나뉩니다.

신호를 올리는 것은 실행의 몫입니다.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올려야 합니다.

올라온 신호를 받아서 방향을 다시 볼지 판단하는 것은 기획의 몫입니다. 올렸는데 아무도 안 봤다면, 그건 올린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신호를 올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험이 몇 번 쌓이면, 사람들은 더 이상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성립하려면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이런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말인데, 실제로 나중에 그걸 어떻게 구분하나.

맞습니다. 그게 진짜 문제입니다.

3년 전에 이 과제를 왜 골랐는지, 다른 대안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조건을 전제로 삼았는지가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나중에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지 않으면 나중에 재구성할 방법이 없습니다. 기억은 결과를 알고 나서 다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잘 안 된 과제는 "그때도 좀 미심쩍었다"가 되고 잘된 과제는 "확신이 있었다"가 됩니다.

책임을 나누는 일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의 문제입니다.
나누겠다고 선언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근거가 그때그때 남아야 됩니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 다음 편부터 그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시작은 이것입니다. 전략과 과제를 시스템에 등록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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