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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AIX,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합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30 / 45

AIX,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합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16편

검색까지는 됐습니다

AI 도입을 검토해 보신 분들은 이미 아실 겁니다.

문서를 넣으면 검색이 좋아집니다. 예전 자료를 찾는 일, 긴 보고서를 요약하는 일, 비슷한 문서를 모아 주는 일. 이건 실제로 잘 됩니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잘 안 나아갑니다. 검색이 좋아진 것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AI를 제대로 쓰려면, 우리가 무엇을 먼저 갖춰야 합니까.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은 연구기획과 IT를 맡고 계신 분들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뼈대

먼저 이 글의 논리를 정리해 두겠습니다.

하나. AI에게 일을 시키려면 선행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업무 구조화라고 부르겠습니다.

둘. 업무 구조화는 두 개 층입니다. 위층은 업무의 뼈대 — 업무 유형별로 어떤 활동 기능이 수행되고, 활동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아래층은 판단의 연결 — 그 활동에서 나온 전제와 검토 내용과 판단 이유가 업무와 연결되어 남는가.

셋. 위층만 있으면 AI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줍니다. 아래층이 있어야 "예전에 이런 판단이 있었습니다"를 꺼내 줍니다. 앞의 것은 안내이고, 뒤의 것이 판단 지원입니다.

넷. 거래 처리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선행 작업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정답이 있는 절차를 표준화하는 일이었고, 지금은 정답이 없는 판단을 구조화하는 일입니다.

다섯. 구조가 갖춰지면 AI와의 협업 형태가 정해집니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고르고 고칩니다. 목적은 하나입니다.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제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검색이 좋아져도 안 되는 것

먼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짚겠습니다.

문서를 넣으면 이런 질문에는 답이 나옵니다. 그 물질에 대한 자료가 어디 있는지, 작년 보고서에 뭐라고 적혀 있었는지, 비슷한 조건을 쓴 문서가 무엇인지.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계속 물어온 질문들은 어떻습니까.

이 과제를 왜 시작했습니까. 그때 어떤 대안을 검토하다 접었습니까. 이 계획은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까.

답이 안 나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회의록에는 결론만 있고, 종료 보고서는 짧고 건조합니다.

남아 있지 않은 것을 AI가 찾아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참조할 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이것이 선행 작업입니다.

업무 구조화 — 위층: 업무의 뼈대

첫 번째 층부터 보겠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차원을 나눠야 합니다. 섞이면 이야기가 흐려집니다.

업무 유형은 무엇을 하는가입니다. 신규 과제 검토, 위탁 기관 선정, 기술 도입 계약, 사업화 타당성 검토. 우리 회사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들의 종류입니다.

활동 기능은 어떻게 하는가입니다. 조사, 비교, 검토 의뢰, 협상, 계약 확인, 수행 관리. 업무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행위들입니다.

이 둘은 격자를 이룹니다. 업무 유형이 정해지면 필요한 활동 기능이 따라 나옵니다.

신규 과제 검토에는 시장 조사, 대안 비교, 기술 타당성 검토, 규제 요건 확인, 선정이 붙습니다. 위탁 기관 선정에는 후보 조사, 설비와 인력 확인, 과거 이력 검토, 조건 협상, 계약 확인이 붙습니다.

같은 활동 기능이 여러 업무 유형에 걸쳐 나타나기도 합니다. 조사는 어느 업무에서든 필요하지만, 무엇을 조사하는지는 업무 유형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위층에서 해야 할 일은 셋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무 유형을 정리합니다. 반복되는 일이 몇 가지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유형별로 필요한 활동 기능을 정의합니다. 담당자가 그때그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유형이 정해지는 순간 해야 할 활동이 따라 나오도록 합니다.

배정을 활동 단위로 합니다. "그 과제, 김 책임이 맡아"가 아니라 이 과제의 어떤 활동을 누가 수행하는지로요.

활동마다 체크리스트가 붙습니다

그럼 활동 기능을 정의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이름만 붙이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난 편에서 건설 현장 조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프로젝트 유형별, 지역별로 확인해야 할 항목을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조사팀이 그것을 채워 오고, 새로 알게 된 것이 다시 체크리스트로 들어가는 구조요.

업무 구조화의 위층은 그것을 조직 전체로 확장하는 일입니다.

업무 유형을 정리하고, 유형별로 활동 기능을 정의하고, 각 활동마다 체크리스트를 붙입니다. 위탁 기관 선정이라는 업무 유형의 후보 조사라는 활동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있고, 조건 협상이라는 활동에는 어떤 조항을 봐야 하는지가 있습니다.

채워진 값이 실적이고, 빈 양식이 노하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이게 이 편에서 가장 짚고 싶은 부분입니다.

체크리스트 자체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입니다. 이것이 회사의 노하우입니다. 지난 20년간 놓쳐서 데인 것들이 항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채워진 값은 "이번에 본 결과"입니다. 이것이 실적이고 데이터입니다. 이 업체는 이랬고, 이 지역은 저랬다는 기록입니다.

그리고 채우다가 새로 알게 된 것이 다시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실적이 노하우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 둘은 따로 관리되었습니다. 노하우는 문서로 정리해서 어딘가에 보관하고, 실적은 시스템에 입력합니다. 그리고 둘 다 잘 안 됩니다. 노하우 문서는 만들고 나면 갱신이 안 되고, 시스템의 실적 데이터는 쌓이기만 하고 다음 사람에게 쓰이지 않습니다.

같은 구조 안에 두면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풀립니다. 노하우가 실적을 담는 그릇이 되고, 실적이 노하우를 갱신하는 재료가 되니까요.

예전의 지식관리 시스템이 대체로 실패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문서를 잘 정리해서 넣어 두면 필요할 때 찾아 쓴다는 발상이었는데, 넣는 일이 별도 업무였습니다. 그래서 바쁘면 안 넣고, 안 넣으면 찾을 것이 없고, 찾을 것이 없으면 아무도 안 봅니다.

체크리스트는 다릅니다. 일을 하는 과정이 곧 채우는 과정입니다. 조사를 하려면 열어야 하고, 열면 채워집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원칙 — 기록은 업무의 부산물이어야 한다 — 이 여기서 형태를 갖습니다.

업무 구조화 — 아래층: 판단의 연결

여기까지만 하면 일의 절차를 정리한 것입니다. 필요한 일이지만, 이 시리즈가 열다섯 편에 걸쳐 이야기해 온 것은 그 아래에 있습니다.

각 활동에서 판단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는 이런 것들이 따라 나옵니다.

전제. 이 판단이 무엇을 사실로 놓고 있는가.

검토한 내용.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했는가.

비교한 대안과 기각한 이유. 어떤 안들이 있었고 왜 그것이 아니었는가.

판단의 근거. 무엇을 더 중요하게 봤는가.

문제는 이것들이 지금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회의록에 흩어져 있거나, 담당자 머릿속에 있거나, 아예 없습니다.

아래층에서 해야 할 일은 이것들을 업무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어느 활동에서 나온 판단인지. 어느 과제의 어느 단계에 붙는지. 그 판단이 어느 전략과 이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전제가 흔들리면 어디까지 영향이 가는지.

앞선 편들에서 다룬 것들 — 전략과 과제의 등록, 전제와 감시 조건, 결정 기록과 기각안, 재검토 연쇄 — 이 전부 이 층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 층이 있어야 AI가 판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위층만 있으면 "이 업무에는 이런 활동이 필요합니다"까지입니다. 아래층이 있으면 "예전에 비슷한 판단이 있었고, 그때는 이런 전제 아래 이렇게 정했습니다"를 꺼내 줄 수 있습니다.

전산화 때의 선행 작업과는 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예전에 했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거래 처리 시스템을 도입할 때도 선행 작업이 있었습니다. 구매 절차를 정리하고, 결재 단계를 줄이고, 회계 처리 흐름을 표준화했습니다. 프로세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실제로 성과도 있었습니다.

다만 대상이 달랐습니다.

그때의 대상은 정답이 있는 절차였습니다. 회계 기준이 있고 세법이 있으니 무엇이 맞는지가 밖에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표준화가 가능했고, 다른 회사의 방식을 참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핵심 질문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습니다.

지금의 대상은 정답이 없는 판단입니다. 무엇을 개발할지, 직접 할지 사 올지, 이 조건을 감수할지에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그래서 사 올 수도 없습니다. 핵심 질문은 "무엇을 근거로 정할 것인가"입니다.

전자는 절차의 표준화였고, 후자는 판단의 구조화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AI와 어떻게 협업합니까

이제 마지막입니다. 구조가 갖춰졌을 때 AI를 어떻게 쓰는가.

목적을 먼저 정하면 방법이 따라옵니다. 목적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

지난 편에서 체크리스트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할 시간을 벌어 준다고요. AI도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그럼 지금 판단할 시간을 뺏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찾는 시간. 어느 자료원에 무엇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일. 거르는 시간. 그 많은 것 중 우리와 관련 있는 것을 골라내는 일. 연결을 확인하는 시간. 이 변화가 우리 어느 계획과 관련 있는지 따지는 일. 과거를 뒤지는 시간.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지 찾는 일.

이 넷을 AI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 결과를 놓고 판단합니다.

협업의 형태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AI가 먼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고르고 고칩니다.

앞선 편에서 전제를 적으라고 하면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계획 내용을 읽고 "이런 것들을 전제로 하고 계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라고 AI가 초안을 내면, 사람은 고르고 고치기만 하면 됩니다. 백지에서 쓰는 것과 초안을 고치는 것은 부담이 전혀 다릅니다.

신호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이 개정안은 이 전제와 관련 있어 보입니다"라고 1차 판정을 내고, 사람은 그 목록을 확인합니다.

심의를 열 때도 그렇습니다. AI가 "3년 전에 비슷한 안건이 있었고 이런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를 먼저 꺼내 놓고, 사람은 그것을 참고해 판단합니다.

사람이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 하나가, 관리 부담을 크게 바꿉니다.

경계는 분명합니다

거르고, 연결하고, 추천하고, 정리하는 것까지가 AI의 몫입니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사람입니다.

정량적으로 셀 수 있는 것은 AI가 훨씬 잘합니다. 그런데 이 신호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지, 이 과제를 접어야 하는지, 이 조건을 감수할 만한지는 세어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계속 이야기한 대로, 판단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은 사람이 집니다. AI가 추천한 대로 했다는 것은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알려주고, 판단은 사람이 합니다.

지금 하고 계신 문서 검색 개선을 멈추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건 그대로 유효합니다.
다만 그것으로 판단이 남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건 업무 구조화를 해야 생기고, 그것을 해 두면 같은 기술로도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처음에 던졌던 질문 — 사람이 계속 바뀌는데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인가 — 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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