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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AI 시대 - 기업을 재정의 하다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31 / 45

AI 시대 - 기업을 재정의 하다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17편

처음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이 시리즈의 첫 글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답을 미뤄 두었습니다.

기업이 구성원의 집합이라면, 5년 뒤 사람이 대부분 바뀐 그 회사는 같은 회사입니까.

구성 요소가 전부 교체되었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같은 회사라고 부릅니다. 법인격이 유지되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사이 열여섯 편에 걸쳐 관리 체계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마지막 편입니다.

평생직장은 배려가 아니라 조건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먼저 왜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역량은 설비 안에서 발휘되었습니다. 공장이 있고 라인이 있고 장비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숙련된 사람도 그 설비 밖에서는 그 능력을 쓸 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는 것이 개인에게 큰 손해였습니다. 그리고 회사도 사람을 오래 데리고 있는 것이 이득이었습니다. 양쪽의 이해가 맞았습니다.

평생직장은 회사가 사람을 특별히 배려해서 생긴 제도가 아닙니다. 그 조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유지된 것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 지식을 사람 안에 두는 것이 가장 값싼 방법이었다고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는 개인의 역량 관리가 피동적이었습니다.

회사가 교육을 시켜 주고, 회사가 자리를 옮겨 주고, 회사가 다음 단계를 정해 주었습니다. 개인이 할 일은 주어진 자리에서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경력의 설계자가 회사였고, 개인은 그 설계 안에서 성장했습니다.

지식 기반 산업에서는 다릅니다.

개인의 역량이 본인의 머리와 판단력에 있습니다. 설비에 얹혀 있지 않으니 어디에 가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 회사에 오래 있어야 할 구조적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역량 관리도 능동적으로 바뀝니다. 어떤 경험을 쌓을지, 어떤 전문성을 가질지, 언제 어디로 옮길지를 개인이 직접 설계합니다. 회사가 정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산업 전체를 놓고 자기 경로를 짜고, 회사는 그 경로 위의 한 구간이 됩니다.

그래서 개인이 경력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라 조건의 결과입니다. 회사가 나를 30년 책임지지 않는데 나만 30년을 걸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두 가지가 대립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상황을 놓고 대체로 이렇게 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개인의 경력 관리가 대립한다고요.

회사는 사람이 오래 있어 주기를 바라고, 개인은 자기 경로를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회사는 붙잡으려 하고 개인은 떠납니다. 제로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열여섯 편에 걸쳐 이야기한 것들을 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앞으로의 관계는 소속이라기보다 업무 단위의 계약에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이 업무의 이 활동을, 이 기간에, 이 수준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그 수행 이력이 남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 기록이 양쪽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회사에게 그것은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자산입니다. 담당자가 나가도 그 활동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알아냈는지가 남습니다.

개인에게 그것은 어디에 가서도 쓸 수 있는 경력의 증빙입니다. 지금은 이력서에 "OO 과제 참여"라고 쓰는 것 외에 쓸 말이 없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대안을 검토했는지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첫 번째 글에서 기업과 개인 사이의 오래된 계약이 만료되었고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합의의 실체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언이 아니라, 일이 정의되고 수행이 기록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성립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기업의 활동과 수행 이력이 시스템 안에 있어야 합니다. 없으면 계약의 대상 자체가 정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입니까

이제 처음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기업은 시스템에 등록된 의도와 방향, 그리고 축적된 지식의 합입니다.

무엇을 하기로 했는지. 왜 그렇게 정했는지. 무엇을 시도했다가 접었는지. 어떤 조건을 전제로 삼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의도와 방향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이 일을 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난번에 확인했더니 어땠는지.

앞선 편에서 이야기한 체크리스트가 이것입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항목으로 쌓이고, 그것을 채운 결과가 값으로 쌓입니다. 위탁 기관을 고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항목이고, 그 기관이 어땠는지가 값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것이 다시 항목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쌓인 것이 축적된 지식입니다. 어느 개인이 겪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겪어서 아는 것입니다.

이 둘이 남아 있는 만큼이 그 회사입니다.

사람이 다 바뀌어도 이것이 남아 있으면 같은 회사입니다. 사람이 그대로여도 이것이 없으면, 그 회사는 매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글의 이야기와 만납니다.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간 시스템은 기업 활동의 부산물인 거래를 관리하고 있다고요. 구매와 회계와 결재는 이미 시스템에 있어서 사람이 나가도 남습니다.

정작 남아야 할 것이 안 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사람을 가볍게 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기업이 사람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은 사람이 덜 중요하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한 일이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회사는 그것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3년을 쏟은 일이 이력서 한 줄로 줄어듭니다.

남기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회사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한쪽을 위해 다른 쪽을 희생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별도 업무가 아니어야 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한 원칙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기록은 업무의 부산물이어야 합니다.

심의를 하면 결정 기록이 남습니다. 계획을 확정하면 전제가 남습니다. 조사를 하면 체크리스트가 채워집니다. 검토를 요청하고 회신을 받으면 그 이력이 남습니다.

시스템에 기록하고 등록하는 것이 업무 그 자체의 일부여야 합니다. 일을 다 하고 나서 따로 정리하는 시간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앞선 편에서 아마존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팀끼리 옆자리에 가서 부탁하지 말고 정해진 통로로만 주고받으라는 지시였는데, 그 요점이 여기 있습니다. 통로를 거치는 것이 일하는 방식 자체가 되면, 기록은 저절로 남습니다. 옆자리에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 남지만, 정해진 자리에 요청하면 그 자체가 기록이 됩니다.

반대로 기록이 별도 업무가 되면 바쁠 때 가장 먼저 밀립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바쁩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를 열면 관련된 것이 따라 나옵니다. 이 과제를 열면 왜 시작했는지가 나오고, 그 판단을 열면 어떤 대안을 접었는지가 나오고, 그 전제를 열면 지금 흔들리고 있는지가 나옵니다.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한 장면이 이것입니다. 인수인계를 받은 사람이 과거의 시도와 실패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는 것. 이 시리즈가 열일곱 편에 걸쳐 이야기한 모든 것이 결국 이 한 장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뛰어난 사람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하더라도 일정 수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천장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까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을 하나의 순환으로 잇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름은 AVDE(Allostatic Virtual Digital Enterprise)입니다.

첫 글자는 앞선 편에서 이야기한 알로스테시스에서 가져왔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기준 자체를 바꿔서 적응한다는 개념입니다. 나머지는 회사의 의도와 지식이 시스템 안에 하나의 실체로 존재한다는 뜻으로 붙였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이야기해 온 그것입니다.

순환은 이렇게 돕니다.

전략과 과제가 등록되고, 계획을 확정할 때 전제와 결정 기록이 함께 만들어집니다. 전제마다 무엇을 지켜볼지가 정해지고, 밖에서 그 신호가 들어오면 관련자에게 검토가 요청됩니다. 안에서 생긴 이슈도 같은 문으로 들어옵니다. 모인 것을 놓고 심의가 열리고, 판단이 결정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 판단으로 전제가 갱신되고, 관련된 계획이 재검토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각 활동에는 체크리스트가 붙어 있고, 그것을 채우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이 다시 체크리스트로 들어갑니다.

AI는 이 구조 위에서 일합니다. 밖을 대신 보고, 어느 전제가 흔들리는지 짚고, 전제 초안을 제안하고, 비슷한 과거 판단을 꺼내 놓습니다.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합니다.

지금은 개념 검증 단계이고, 화면 몇 개를 함께 올립니다. 화면에 보이는 회사명과 자료는 전부 예시 데이터입니다.

구현 방식이나 기술 구성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제품이 아니라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가였습니다.

마치며

열일곱 편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이야기한 것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사람은 바뀌고 법인은 지속됩니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이 시스템입니다.

저희가 25년 동안 여러 기업의 관리 체계를 만들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정답은 없다는 것입니다. R&D 관리 체계는 회사마다 다르고, 달라야 합니다. 업무의 속성이 다르고, 프로젝트의 성격이 다르고, 조직의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시스템에 업무를 맞추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이야기 중 어느 것이든, 우리 회사에 대입해 보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면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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