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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과제를 넘겨받을 때, 무엇이 함께 넘어옵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28 / 45

과제를 넘겨받을 때, 무엇이 함께 넘어옵니까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14편

인수인계는 끝났는데, 왜 계속 전화를 겁니까

담당자가 바뀌는 일은 늘 있습니다. 인사 이동이 있고, 퇴사가 있고, 조직이 개편되고, 과제가 재편됩니다. 그때마다 인수인계를 합니다. 그리고 대체로 성의껏 합니다.

전임자가 두 시간쯤 설명해 줍니다. 폴더 위치를 알려주고,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 주고, 조심할 점 몇 가지를 일러 줍니다.

그런데 그 뒤에도 후임자는 한동안 계속 전임자에게 전화를 겁니다. 두 달쯤 지나 문제가 생기면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아, 그거요. 그때 그 업체를 쓴 게 이유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인수인계 때 나오지 않았습니다. 숨긴 게 아닙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중요한 정보라는 생각이 안 든 것입니다. 본인에게는 너무 당연한 배경이었으니까요.

거의 모든 조직에서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이건 누가 인수인계를 대충 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 자체의 한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입니다.

넘어와야 하는 것은 현재 상태만이 아닙니다

과제를 넘겨받을 때 실제로 필요한 것을 나열해 보면 이렇습니다.

왜 이 과제를 하기로 했는가. 어떤 근거로 시작했고, 그때 어떤 대안들이 있었고, 왜 그것들이 아니라 이것이었는가.

지금까지 무엇을 확인했는가. 어느 자료를 봤고, 어느 업체를 조사했고,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가.

무엇을 확인했다가 아니라고 판단했는가. 이게 특히 중요합니다. 후임자가 그걸 모르면 같은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는가. 이 계획이 어떤 조건이 유지된다는 가정 위에 서 있는가.

지금 어디가 걸려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왜 걸려 있는가.

이것들이 함께 넘어와야 후임자가 이어서 일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태만 넘어오면, 그건 지도 없이 좌표 하나만 받은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건 전임자가 불성실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넘겨주는 사람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것까지입니다. 그런데 몇 년간 그 일을 하면서 쌓인 것들 중 상당 부분은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왜 그 업체를 골랐는지. 어떤 자료를 봤다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잠깐 망설였는지. 어떤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방향을 살짝 틀었는지.

이런 것들은 본인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배경이라, 누가 콕 집어 물어보기 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후임자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요.

말로 꺼낼 수 있는 것만 넘어가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은 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회사를 떠나면 그대로 사라집니다.

인수인계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진행 중에도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집니다. 무언가 필요할 때마다 그걸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 사람이 기억해야 하고, 기억한 만큼만 전달됩니다.

지금 우리는 2티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사람 — 사람. 중간에 아무것도 없이 양 끝이 직접 붙어 있는 구조입니다. 2티어입니다.

이 구조에서 일이 오갑니다. 모르는 것은 아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자료가 필요하면 갖고 있는 사람에게 부탁합니다. 검토가 필요하면 메신저로 보냅니다. 넘길 때는 만나서 설명합니다.

빠르고 편합니다. 그래서 오래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대가가 있고, 그 대가는 이미 지불되고 있습니다.

과제를 새로 맡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데 몇 주가 걸립니다.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그것부터 알아내야 합니다. 전문가를 뽑아 놓고 그 시간을 탐색에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인맥이 실력이 됩니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아는 사람, 부탁하면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일을 잘하게 됩니다. 그건 분명 능력입니다. 다만 그것이 없는 사람 — 신입, 다른 부서에서 온 사람, 성격이 내향적인 사람 — 은 같은 실력으로도 일을 못 하게 됩니다.

사람이 나가면 통로 자체가 사라집니다. 후임자는 그 관계를 물려받지 못합니다.

논의가 남지 않습니다. 메신저에서 오간 중요한 판단이 3개월 뒤에는 찾을 수 없습니다.

연결의 수가 감당이 안 됩니다. 열 명이 서로 직접 연결되면 통로가 마흔다섯 개입니다. 스무 명이면 백구십 개입니다. 각각이 개인의 관계에 얹혀 있고, 각각을 개인이 유지해야 합니다.

이건 공짜가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 비용이라 없는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사이에 시스템을 둡니다

사람 — 시스템 — 사람. 중간에 층을 하나 두는 구조입니다. 3티어입니다.

업무의 요청과 회신과 결과가 그 층을 거칩니다. 그러면 각자는 그 층 하나와 연결됩니다. 통로가 마흔다섯 개에서 열 개가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 층은 사람이 아니라서 퇴사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하겠습니다. 사람끼리 이야기하지 말자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옆자리에 물어보는 것은 계속합니다. 그게 가장 빠르고, 대화에서만 나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업무의 실체는 시스템에 있어야 합니다. 대화는 빠르고 시스템은 남습니다. 둘 다 필요하고, 역할이 다릅니다.

이런 발상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사례가 아마존입니다. 2000년대 초 제프 베이조스가 사내에 내린 지시가 있었는데, 요지는 모든 팀이 정해진 통로를 통해서만 데이터와 기능을 주고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옆 팀에 가서 직접 부탁하거나 파일을 가져다 쓰는 것을 막은 셈입니다.

이것도 대화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교환의 경로를 정한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대단히 불편한 지시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나중에 아마존의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럼 시스템 층에 무엇이 있어야 합니까

여기가 핵심입니다. 시스템을 중간에 두자는 말만으로는 게시판 하나 만들자는 이야기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앞에서 인수인계 때 넘어오지 않았던 것들을 나열했습니다. 그것들이 이 층에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업무 유형별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가 미리 정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신규 과제를 검토한다는 업무에는 어떤 기능이 들어갑니까. 정보 수집, 대안 비교, 타당성 검토, 선정. 위탁 계약이라는 업무에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기관 조사, 조건 협상, 계약 검토, 수행 관리.

이것이 정의되어 있으면 넘겨받은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지"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몇 주가 여기서 줄어듭니다.

둘째, 왜 이 업무를 하기로 했는지가 있어야 합니다.

선정의 근거, 비교했던 대안, 기각한 이유. 앞선 편들에서 다룬 것들이 여기서 인수인계의 재료가 됩니다. 후임자는 전임자에게 물어보는 대신 그것을 읽습니다.

셋째,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가 기능별로 쌓여 있어야 합니다.

조사라는 기능에서 어느 자료원을 봤고 무엇을 확인했는지. 선정이라는 기능에서 어떤 기준을 썼고 무엇이 걸렸는지. 계약이라는 기능에서 어떤 조건이 문제가 되었는지.

과제 하나에 기록이 뭉쳐 있는 것과, 기능마다 나뉘어 쌓이는 것은 다릅니다. 후임자가 계약 조건을 확인하려 할 때, 과제 폴더 전체를 뒤지는 것과 계약 기능의 이력을 여는 것은 걸리는 시간이 다릅니다.

넷째,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고 지금 어디가 흔들리는지가 있어야 합니다.

앞선 편들에서 다룬 그것입니다. 이게 있으면 후임자는 이 계획이 어떤 조건 위에 서 있는지를 첫날에 알 수 있습니다.

가운데 층이 비어 있으면 3티어가 아닙니다. 2티어에 게시판 하나 붙인 것입니다.

담당이 아니라 기능이어야 하는 이유

이 층이 채워지려면 관리의 단위가 사람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과제는 김 책임 담당"으로만 관리하면, 그 과제에 관한 모든 것이 김 책임 안에서 뭉쳐집니다. 그리고 뭉친 것은 본인도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가 됩니다. 왜 그 업체를 골랐느냐고 물으면 "그냥 하다 보니까"라고 답하게 됩니다.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형태로 있는 것입니다.

기능마다 담당이 붙고 기능마다 내용이 쌓이면 그중 일부라도 밖으로 나옵니다. 조사 기능에서 무엇을 봤는지는 조사를 하면서 남고, 선정 기능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는 선정을 하면서 남습니다.

전부 꺼낼 수는 없습니다. 사람 안에 남는 것은 반드시 있습니다. 다만 이름 하나로 관리하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인수인계의 성격이 바뀝니다. 넘겨받는 사람은 사람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인수합니다.

목표를 이렇게 잡아 봅니다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지만, 방향이 어디인지는 분명해집니다.

첫째, 같은 역량의 신입이 업무를 중간에 맡아도 연속성이 유지된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 과제가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이 이론적으로는 0이어야 한다.

물론 0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몇 주를 한 주로 줄이자고 잡으면 실제로는 거의 안 줄어들고, 0을 목표로 잡으면 무엇이 그 시간을 만들고 있는지를 하나씩 따지게 됩니다.

셋째, 시스템에는 진행 이력만이 아니라 노하우가 쌓여야 한다.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가 남아야 합니다. 이 세 번째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일이 빨라집니다

이런 이야기는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으로 읽히기 쉽습니다. 그런데 3티어 구조가 실제로 바꾸는 것은 통제가 아니라 속도입니다.

업무를 맡은 날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배정받고 나서 무엇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부터 알아내는 데 몇 주가 갑니다. 업무 유형별로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가 시스템에 정리되어 있으면, 그 시간이 실제로 일하는 시간으로 옮겨 갑니다. 그리고 이 몇 주는 과제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같은 것을 두 번 하지 않습니다. 전임자가 조사한 것을 다시 조사하지 않고, 옆 과제에서 확인한 업체를 다시 알아보지 않고, 3년 전에 아니라고 결론 난 것을 다시 검토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런 중복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복이라는 사실 자체가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맥이 없어도 일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일을 빨리 합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조직에 오래 있었다는 것과 그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지금 구조에서는 앞의 것이 뒤의 것을 가립니다.

게다가 그렇게 쌓인 것은 그 조직에서만 통합니다. 본인이 옮기면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고, 나가면 회사도 그 통로를 잃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손해입니다.

정보가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붙어 있으면, 들어온 지 6개월 된 사람도 3년 된 사람과 같은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그 다음부터 벌어지는 차이가 실제 실력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가 남았습니다

앞의 목표 중 세 번째 — 노하우가 쌓인다는 것 — 이 아직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진행 이력이 쌓이는 것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다릅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남는 것과, 그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가 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R&D가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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