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수집에서 의사결정까지 — R&D 인텔리전스 프로세스 설계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11편
회의에서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그 규제 개정 건, 저희 과제에 영향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거 언제 나온 거죠?"
"작년 가을에 입법예고 됐던데요."
그리고 확인해 보면, 그 소식을 이미 본 사람이 사내에 있습니다. 봤는데 자기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서 그냥 넘겼거나, 누군가에게 메신저로 보내줬는데 답이 없어서 잊었거나요.
정보가 없었던 게 아닙니다. 도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편에서 전제를 적고 무엇을 지켜볼지 정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 실제로 그 신호는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도달합니까.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지금 정보는 어떻게 들어옵니까
대부분의 조직에서 외부 정보는 이런 경로로 들어옵니다.
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즐겨찾기 해 둔 사이트가 있습니다. 받아보는 뉴스레터가 있습니다. 학회에 다녀오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업체 담당자가 흘린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그 사람의 메일함과 머릿속에 있습니다.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관련자에게 메신저로 보냅니다. "이거 한번 보세요."
이 방식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가면 그 소스도 함께 나갑니다.
같은 것을 여러 번 찾습니다. 작년에 누군가 조사한 것을 올해 다른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조사합니다.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남아 있지 않으니까요.
보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메신저로 보낸 자료에 답이 오는 경우는 절반이 안 됩니다. 그리고 안 왔다고 다시 물어보기는 애매합니다.
목표를 세 문장으로 정하면
몇 해 전 연구기획 담당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논의하면서 목표를 세 문장으로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이 세 문장이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1. 신입이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2. 한 번 수집한 정보는 중복해서 수집하지 않는다.
3. 수집된 정보는 검토와 반영 이력과 함께 관리된다.
읽으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습니다. 왜 어려운지를 보면 무엇이 필요한지가 나옵니다.
첫 번째 — 신입이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려면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기능 이야기와 직결됩니다.
지금 정보 수집이 잘 되는 조직은, 대체로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조직입니다. 그 사람이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고, 무엇이 중요한지 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은 그 사람 안에 있습니다. 옆에서 배우려고 해도 뭘 어떻게 보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본인도 명확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걸 기능으로 만들려면 암묵적인 것을 명시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 명시화 대상 | 내용 | 지금 | 있어야 할 것 |
|---|---|---|---|
| 어디를 볼 것인가 | 자료원 목록 | 개인 즐겨찾기 | 조직의 감시 목록 |
| 무엇을 찾을 것인가 | 키워드 · 필터 | 담당자의 감 | 전제에서 파생된 키워드 |
그리고 여기서 지난 편과 이어집니다. 그 키워드는 어디서 나옵니까. 우리가 계획에 적어 둔 전제에서 나옵니다. 약가 수준을 전제로 삼았다면 약가 정책이 감시 대상이고, 그러면 그것을 발표하는 기관과 그 발표에 쓰이는 표현이 자료원과 키워드가 됩니다.
전제를 적는 일이 그냥 기록이 아니라 감시 목록을 만드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 중복해서 찾지 않으려면
같은 것을 다시 찾는 일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찾았다는 사실이 남아 있지 않아서입니다.
정보를 모아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느 자료원에서 언제 무엇을 확인했는지가 남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사람이 "이건 이미 봤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찾았는데 별것 아니어서 넘긴 것도 남아야 합니다. 이게 의외로 중요합니다. 어떤 소식을 보고 우리와 관련 없다고 판단해서 넘겼는데, 1년 뒤 상황이 바뀌어 관련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그거 작년에 봤었는데"가 되려면 넘긴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 신뢰도와 확신도는 다릅니다
정보를 모으면 양이 문제가 됩니다. 하루에 수십 건이 들어오는데 전부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걸러야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자주 뒤섞이는 부분입니다.
| 구분 | 정의 | 높은 예 | 낮은 예 |
|---|---|---|---|
| 소스의 신뢰도 | 정보가 얼마나 믿을 만한가 | 규제 기관 공식 발표 | 업계 소문 |
| 판단의 확신도 | 우리와 얼마나 관련 있는가 | 우리 전제를 정확히 겨눔 | 우리와 무관한 분야 |
이 둘은 독립적입니다.
1급 공식 자료인데 우리와 아무 상관 없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은 업계 소문인데 우리 계획의 핵심 전제를 정확히 겨누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가 더 위험합니다. 신뢰도가 낮다는 이유로 걸러지기 쉬운데, 관련성은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를 때 이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신뢰도가 낮아도 관련성이 높으면 확인 대상입니다. 확인해서 사실이 아니면 그것대로 기록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번 봐주세요"를 절차로 만듭니다
정보가 걸러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 과제에 실제로 영향이 있는지는 그 과제를 아는 사람이 봐야 압니다.
지금은 이 단계가 메신저입니다. "이거 좀 봐주세요."
그리고 대체로 흐지부지됩니다. 받은 사람은 지금 급한 일이 있고, 이건 급하지 않아 보이고, 나중에 보려다 잊습니다. 보낸 사람은 답이 없어서 다시 물어보기 애매하고, 그러다 잊습니다.
이걸 정식 업무 절차로 만듭니다.
누구에게 검토를 요청했는지가 기록되고, 언제까지 회신해야 하는지가 정해지고, 회신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회신 내용이 모여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절차가 되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잊히지 않고, 이력이 남습니다.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나중에 "이 신호가 있었는데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나"를 물을 때, 검토 요청은 갔는데 회신이 없었던 것인지, 회신이 왔는데 영향 없다고 판단된 것인지가 구분됩니다. 지난 편에서 이야기한 책임 구분이 여기서 실제로 가능해집니다.
여기까지가 판단 직전입니다
정리하면 경로는 이렇습니다.
1. 정해진 자료원에서 정해진 키워드로 정보가 들어옵니다.
2. 신뢰도와 관련성으로 걸러집니다.
3. 걸러진 것 중 확인이 필요한 것은 관련자에게 검토가 요청됩니다.
4. 회신이 모입니다.
여기까지는 아직 판단이 아닙니다. 판단할 재료가 모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다음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인 재료를 놓고 무엇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그리고 그 결정을 어떻게 남기는가.
한 가지 덧붙이면,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 중 상당 부분은 사람이 일일이 할 일이 아닙니다. 정해진 자료원을 훑고 키워드로 거르고 관련성을 1차로 판정하는 일은 기계가 훨씬 잘합니다. 다만 그 기계가 일하려면 자료원과 키워드와 전제가 먼저 정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이야기도 뒤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판단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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