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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지식 재정의 - 우리 회사의 지식은 무엇입니까
실무편 39 / 45

지식 재정의 - 우리 회사의 지식은 무엇입니까

실무 이야기 - AVDE

막상 답하기 어려운 질문

"우리 회사의 지식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받으면 대체로 잠시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나오는 답은 대체로 셋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쌓인 자료들. 연구 데이터. 사람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

틀린 답은 아닙니다. 다만 이 답으로는 다음 단계로 갈 수가 없습니다.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 정할 수 없고, 무엇이 반드시 남아야 하는지도 정할 수 없습니다. 지식 관리를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그 지식이 무엇인지는 정의한 적이 없는 셈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예전의 지식 관리는 무엇을 다뤘습니까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지식 관리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서버를 하나 만들고, 부서별로 폴더를 나누고, 문서를 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잘 안 됐습니다.

이유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넣는 일이 별도 업무였기 때문입니다. 바쁘면 안 넣고, 안 넣으면 찾을 게 없고, 찾을 게 없으면 아무도 안 봅니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애초에 다루려던 대상이 문서였다는 것입니다.

문서에는 결론이 있습니다. 이 실험을 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 과제를 이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왜 그 조건으로 실험했는지, 다른 조건은 왜 안 했는지, 그 판단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예전에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그때는 그게 문제가 안 됐습니다.

평생직장 문화가 유지되던 시기였으니까요.

문서에 결론만 있어도 됐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그 사람에게 물으면 됐습니다. 문서는 참고 자료였고, 진짜 지식은 사람 안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가장 값싼 방법이었습니다. 정리하고 갱신하는 비용을 안 들여도 되니까요.

그리고 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지금과 달랐으니까요.

3년 전 판단의 근거를 다시 검토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 번 수립한 방향이 오래 유지되었고, 그 방향이 전제하던 조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하나, 담당자가 자주 바뀝니다.

개인이 경력 경로를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흐름이 아닙니다.

그러면 확인할 사람이 없습니다. 문서에 결론만 있는 것이 치명적이 됩니다. 후임자는 자료 더미를 인수받고도 그 배경을 모른 채 시작하게 됩니다.

둘,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습니다.

규제가 개정되고,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기술이 예고 없이 등장합니다. 그러면 과거의 판단을 재검토할 일이 수시로 발생합니다. 그때 무엇을 전제했는지, 그 전제가 지금도 유효한지.

두 가지가 겹치면 이렇게 됩니다. 재검토할 사안은 늘어나는데, 당시 판단을 아는 사람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식의 정의가 달라져야 합니다. 문서를 모으는 것으로는 이 두 가지에 답할 수 없습니다.

세 층으로 나눠 봅니다

그럼 무엇이 지식입니까. 세 가지로 나눠 보겠습니다.

왜 했는가. 판단에 관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가. 방법에 관한 것입니다. 무엇을 했는가. 기록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식 관리라고 하면 대체로 세 번째만 다뤘습니다. 그리고 앞의 둘이 없으면 세 번째는 해석이 안 됩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첫째 층 — 왜 했는가

판단에 관한 지식입니다. 세 가지가 들어갑니다.

검토 의견. 어떤 안건이 올라왔을 때 관련자들이 무엇을 우려했고 무엇을 확인했는지입니다.

지금 이것은 대체로 회의석상에서 구두로 오가고 소멸합니다. 회의록에는 "각 부서 의견 청취 후 결정"이라고 한 줄 남습니다. 그 자리에 배석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의사결정 근거. 무엇을 결정했고, 왜 그것을 골랐고, 어떤 안들과 비교했는지입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기각한 안입니다. 채택된 것만 남기면 우리가 무엇을 고민했는지가 통째로 사라집니다. 3년 뒤 비슷한 제안이 올라왔을 때 **"예전에 검토한 적 있는가, 왜 안 했는가"**에 답할 수 없습니다.

전제. 그 판단이 무엇을 사실로 놓고 있었는지입니다.

이 약가가 유지될 것이다, 그 특허가 이 시점에 풀릴 것이다, 이 원료를 이 단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서에는 안 적혀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적을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런데 계획이 무산되는 것은 대체로 계산 착오 때문이 아니라 이 당연한 조건 중 하나가 변경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 층 — 어떻게 하는가

방법에 관한 지식입니다. 이것도 세 가지입니다.

표준코드. 우리 회사가 하는 일에 어떤 유형이 있고, 각 유형에 어떤 활동이 있고, 관리 방법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이름과 코드로 정의해 둔 것입니다.

템플릿. 유형별로 그중 무엇을 쓸지 정해 놓은 조합입니다. 이 유형은 어떤 단계를 거치고, 일정을 어떻게 보고, 어디서 판단하는지.

체크리스트. 각 활동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입니다.

이 층이 왜 지식이냐면, 그것을 여러 번 해본 결과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위탁 기관 선정 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어야 알게 됩니다. 이 기관은 이 서류를 사전에 요구한다, 이 조항을 확인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그것이 체크리스트 항목이 되면, 다음 담당자는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습니다.

지금 이 층은 대체로 사람 안에 있습니다. "그건 김 책임한테 물어보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영역이 여기입니다.

셋째 층 — 무엇을 했는가

실제 수행 기록입니다.

각 활동을 수행하면서 남는 것들입니다. 확인한 결과, 그때 받은 견적서와 검토 의견서와 계약서, 실험 데이터와 연구노트.

이것은 대부분의 기업에 이미 축적되어 있습니다. 다만 산재해 있고, 어느 활동에서 산출된 것인지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셋이 다 있어야 합니다

이 절이 이 글의 요점입니다. 하나씩 빠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겠습니다.

기록만 있으면 자료 더미입니다.

지금 많은 회사가 여기 있습니다. 문서는 다 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를 모르니 해석이 안 됩니다. 이 실험 조건이 왜 이건지 모르면 그 데이터를 봐도 쓸 데가 없습니다.

판단만 있으면 반복이 안 됩니다.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알겠는데, 그 일을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면 다음 담당자가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반복합니다.

방법만 있으면 왜 하는지 모른 채 따릅니다.

체크리스트는 있는데 왜 이걸 확인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형식적으로 채우게 되고, 조건이 변경되었을 때 그 항목이 여전히 유효한지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셋이 이어져야 비로소 쓸모가 생깁니다.

왜 이 과제를 하기로 했는지(판단), 이런 유형의 과제는 어떻게 진행하는지(방법), 지난번에 했더니 어땠는지(기록). 다음 사람이 필요한 게 정확히 이 셋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지식이란

정의를 이렇게 잡아 보려고 합니다.

기업의 지식은, 이미 겪은 시행착오를 조직에 남겨 다음 사람이 그 위에서 시작하게 하는 것 전부입니다.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겪지 않아도 되는 만큼이, 그 회사가 가진 지식입니다.

앞 문장이 정의이고, 뒤 문장이 그것을 재는 자입니다.

이 정의가 유용한 이유가 있습니다. 판별 기준이 두 개 나옵니다.

어떤 기록이 지식인지 아닌지를 물을 때, **"다음 사람이 이걸 보고 이어서 할 수 있나"**와 **"이걸 보면 같은 시행착오를 안 겪어도 되나"**로 판단하면 됩니다.

결론만 적힌 보고서는 둘 다 안 됩니다. 그러니 지식이 아닙니다. 자료는 남았지만 지식은 아닙니다.

왜 그렇게 정했는지가 적힌 결정 기록은 됩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적힌 체크리스트도 됩니다. 그 활동에서 산출된 문서가 그 자리에 붙어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 정의는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변화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어갈 수 있어야 하고, 조건이 바뀌었을 때 그때 판단을 다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둘 다 "다음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 다음 사람이 후임자일 수도 있고, 3년 뒤의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따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짚겠습니다.

세 층을 다 갖추려면 일이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따로 만드는 게 아닙니다.

심의를 하면 검토 의견과 결정 기록이 남습니다. 계획을 확정하면 전제가 남습니다. 활동을 수행하면 확인 결과와 문서가 남습니다. 그리고 하다가 새로 알게 된 것이 체크리스트에 반영됩니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산출되는 것이지, 업무 종료 후 별도로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구분이 결정적입니다. 별도 업무가 되는 순간 우선순위에서 가장 먼저 밀리고, 현업은 대체로 여유가 없습니다. 예전 지식 관리가 실패한 이유가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예전에는 문서만 모아도 괜찮았습니다. 평생직장 문화가 유지되었고, 기업 환경도 지금처럼 급변하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은 두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담당자 이동이 빈번해 확인할 사람이 없고, 환경 변화가 빨라 과거 판단을 재검토할 일이 잦습니다.

그래서 지식을 세 층으로 봐야 합니다. 왜 했는가(검토 의견, 의사결정 근거, 전제), 어떻게 하는가(표준코드, 템플릿, 체크리스트), 무엇을 했는가(활동별 산출물과 기록).

셋이 다 있어야 합니다. 기록만 있으면 자료 더미이고, 판단만 있으면 반복이 안 되고, 방법만 있으면 왜 하는지 모른 채 따릅니다.

그리고 이 셋은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하면 남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업의 지식은, 이미 겪은 시행착오를 조직에 남겨 다음 사람이 그 위에서 시작하게 하는 것 전부입니다.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겪지 않아도 되는 만큼이, 그 회사가 가진 지식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것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다루겠습니다. 세 층이 각각 쌓이기만 해서는 부족하고, 서로 이어져 있어야 실제로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25년 동안 제약·바이오·화장품·화학·건설·제조 분야에서 R&D 관리 체계를 함께 만들어 왔습니다. 지식이 별도 업무가 아니라 업무의 결과로 남는 구조를 함께 설계합니다. 이야기 나눌 자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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