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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프로젝트 관리에서 R&R 설계 — 누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20 / 45

프로젝트 관리에서 R&R 설계 — 누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6편

연구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그 과제 지금 어떻게 되고 있죠?" "김 책임이 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대답입니다. 그리고 이 대답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 과제에 관한 모든 것이 김 책임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요. 시장 조사도, 계획 수립도, 실험 설계도, 외부 업체 관리도, 보고서 작성도요.

그래서 김 책임이 잘하면 그 과제가 잘 되고, 김 책임이 바쁘면 그 과제가 느려집니다. 김 책임이 나가면 그 과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다섯 편에 걸쳐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부터는 그것을 실제로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로 들어갑니다. 첫 번째가 이것입니다.

지금은 사람에게 일을 배정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조직이 일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프로젝트가 생깁니다. 어느 부서 소관인지 정합니다. 부서장이 담당자를 지정합니다. 그 담당자가 그 프로젝트를 "맡습니다."

여기서 "맡는다"는 말의 범위가 대단히 넓습니다. 자료를 찾아 시장과 기술 동향을 파악하는 일,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일,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일, 외부 업체를 고르고 관리하는 일, 진행 상황을 정리해 보고하는 일. 성격이 전혀 다른 이 일들이 한 사람 안에서 뭉쳐집니다.

이 방식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책임이 명확하고, 소통 비용이 적고, 그 사람이 유능하면 대단히 빠릅니다.

그래서 이건 나쁜 방식이 아닙니다. 다만 몇 가지 조건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조건들은 예전에는 대체로 충족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능에 일을 준다는 것

다른 방식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필요한 기능들의 조합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굴러가려면 이런 기능들이 필요합니다.

기능 하는 일
정보 수집 · 분석 (Intelligence)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보고, 우리 과제와 관련된 것을 걸러내는 일
기획 · 의사결정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을 정하고, 여러 안 중에서 고르고, 계획을 세우는 일
실행 관리 정해진 것을 수행하고, 일정과 자원을 챙기고, 문제가 생기면 조정하는 일
외부 조달 · 계약 밖에서 가져와야 할 것을 고르고, 조건을 협상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일
사업화 결과물을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로 옮기는 일

그리고 관리하는 대상을 바꿉니다. "이 과제는 김 책임이 한다"가 아니라, "이 과제의 정보 수집은 어디의 누가, 기획은 어디의 누가, 실행은 어디의 누가 맡는다"가 됩니다.

기록되는 것도 달라집니다. 지금은 과제에 담당자 이름 하나가 붙습니다. 기능 단위로 보면 기능마다 담당이 붙고, 그 기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그 기능에 쌓입니다.

오해를 하나 풀고 가겠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능을 나누는 것과 사람을 나누는 것은 다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그럼 조직을 다섯 개로 쪼개라는 겁니까"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런 뜻이 전혀 아닙니다.

연구원이 열 명인 회사라면 한 사람이 서너 개 기능을 겸합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지금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가 구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사람이 하더라도, 시장 자료를 보고 있을 때와 실험 계획을 짤 때와 업체와 조건을 협상할 때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일에서 나온 결과물이 다른 자리에 쌓여야 합니다.

조직 개편이 아니라 일을 보는 단위를 바꾸는 것입니다. 조직은 지금 그대로여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획과 실행의 분리는 여기서 설명됩니다

R&D 관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획과 실행을 나눠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나눠야 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기능 단위로 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두 일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획 실행
다루는 것 불확실성 확실성
하는 일 방향을 정하고, 여러 가능성 중에 고르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결정 정해진 것을 정확하게, 기한 안에, 자원 안에서 수행
필요한 역량 넓게 보는 눈, 비교하는 능력 깊이, 정밀함, 끈기

한 사람 안에 두 가지가 뭉쳐 있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가장 흔한 것은 이겁니다. 실행이 바쁘면 기획이 밀립니다. 당장 이번 주 실험이 급한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기획은 연초에 한 번 하고 나면 그해 내내 손대지 않게 됩니다. 지난 편들에서 이야기한 "밖은 바뀌는데 계획은 그대로"가 여기서 생깁니다.

반대 방향의 문제도 있습니다. 자기가 세운 계획을 자기가 실행하면, 그 계획을 접기 어렵습니다. 내가 고른 방향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일이 되니까요. 그래서 접어야 할 과제가 늦게까지 끌립니다.

두 일을 나눈다는 것은 사람을 나눈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그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일이라는 것을 조직이 인식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습니까

기능 단위로 일을 보면 두 가지가 달라집니다.

첫째, 전문성이 기능에 쌓입니다.

지금은 사람에게 쌓입니다. 김 책임이 3년 동안 외부 업체를 여러 곳 겪으면서 어느 업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조건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김 책임 안에만 있습니다. 김 책임이 나가면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겪습니다.

기능 단위로 관리하면 그 지식이 "외부 조달"이라는 기능에 쌓입니다. 어떤 업체와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조건이 문제가 됐고,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가 그 기능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다음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이어받습니다.

둘째, 사람에 따른 편차가 줄어듭니다.

지금은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건 당연합니다. 아무런 정의 없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각자의 역량이 그대로 결과가 되니까요.

기능이 정의되어 있으면 다릅니다. 정보 수집이라는 기능에 어느 소스를 보고 무엇을 기준으로 거르는지가 정의되어 있으면, 신입이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이 나옵니다. 잘하는 사람의 방식이 그 기능의 정의가 되고, 다음 사람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한 품질의 하한선입니다. 뛰어난 사람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하더라도 일정 수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천장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까는 일입니다.

사람을 부품으로 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분명히 하겠습니다.

기능으로 나누는 것은 사람을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취급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지금 방식에서는 한 사람이 다섯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고, 그중 무엇을 잘하는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전부 뭉뚱그려 "그 과제를 맡았다"로 평가됩니다. 그 사람이 외부 협상에서 대단히 유능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기능이 구분되어 있으면 그것이 보입니다. 그 사람이 어느 기능에서 강한지가 드러나고, 그것이 그 사람의 경력이 됩니다.

지난 편에서 경력 경로가 하나뿐이어서 전문가가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갈래를 만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이것입니다. 기능이 정의되어 있어야 그 기능의 전문가라는 자리가 생깁니다.

그럼 어디부터 시작합니까

말은 간단한데 실제로 하려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해야 하고, 그것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다만 어디서 시작할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가장 많이 밀리는 기능부터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그것은 앞쪽 두 개입니다. 정보 수집과 기획입니다. 실행은 어떻게든 굴러갑니다. 안 하면 당장 표가 나니까요. 반면 앞쪽 두 개는 안 해도 이번 달에는 아무 일이 없습니다. 몇 년 뒤에 표가 납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그중 하나를 정면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연구기획이라는 자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많은 회사에 이 이름의 부서가 있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회사마다 상당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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