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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 관리 — Homeostasis vs Allostasis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18 / 45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 관리 — Homeostasis vs Allostasis

AI 시대, 관리한다는 것 - 4편

3년을 쏟은 과제가 있습니다. 일정도 지켰고, 예산도 넘지 않았고, 목표한 성능도 나왔습니다. 관리 지표로만 보면 우수 과제입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갔습니다. 나온 결과물을 쓸 데가 없습니다.
이 과제는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무엇이 문제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부터는 방향을 바꿔서, 그럼 무엇을 관리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위 질문입니다.

목표가 밖에 있던 시절

Fast Follower 방식에서는 목표가 회사 밖에 있었습니다.

앞서간 곳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이미 증명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것을 더 빨리, 더 싸게, 더 잘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건에서는 몇 가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지난 편에서 이야기한 "관리는 진척 확인"이라는 인식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 관리자가 할 일은 잘 되어 가는지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성공했습니다. 우리 산업이 여기까지 온 것이 그 증거입니다.

목표가 안에 있어야 하는 시절

First Mover 영역으로 들어가면 조건이 반대가 됩니다.

목표가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만들지, 어느 시장에 들어갈지, 어떤 기술에 걸지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면 손실의 구조가 바뀝니다. 잘못 고른 것을 열심히 실행하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이 됩니다. 실행이 부실해서 6개월이 늦어지는 것과, 방향이 틀린 채로 3년을 쓰는 것은 규모가 다릅니다. 그리고 후자는 3년이 지나서야 알게 됩니다.

경험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이 대목은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경험이 쓸모없어졌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다만 경험이 답을 주던 구조에서, 경험이 질문의 범위를 좁힐 수도 있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겪어본 적 없는 조건에서는 겪어본 것이 판단의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First Mover 방식에서는 기획과 전략을 다루는 능력이 관리의 중심으로 올라옵니다. 진척을 확인하는 일보다, 무엇을 할지 고르고 그 선택이 여전히 유효한지 계속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런데 조직의 습관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관리 체계도, 평가 방식도, 회의 자료의 형식도 여전히 진척 확인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회사는 실제로 무엇을 합니까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겠습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첫 번째 글에서 회사 업무를 네 개 층으로 나눠 봤습니다. 정보 수집, 계획, 실행, 거래 처리. 그리고 맨 아래 한 층만 시스템에 들어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위의 세 층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무엇입니까.

전략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업 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일을 벌이는 것. 그 일들의 결과가 몇 년 뒤 실적으로 나타납니다.

무엇을 할지와, 어떻게 할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갱신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라는 말의 범위입니다.

전략을 세우면 목표가 정해집니다. 이 기술이 필요하다, 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이 제품군을 갖춰야 한다. 여기까지가 무엇을 할지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질문이 어떻게 할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이 예전에는 하나였습니다. 우리 연구원이, 우리 실험실에서, 우리 예산으로 개발한다.

지금은 답이 여러 갈래입니다.

수단 특성
직접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역량이 회사 안에 쌓임
기술 도입 (License In) 빠르지만 조건에 묶이고, 이해하는 사람이 안에 생기지 않음
공동연구 대학·연구소와 협력, 위험 분산
Outsourcing 일부 또는 전체를 외부에 위탁
전략적 투자 / M&A 한 번에 확보하지만 실사·통합에서 실패 위험이 큼
License Out / Spin-off 우리 것을 밖으로 내보내는 선택

중요한 것은, 이 중 무엇이 옳은지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목표에 따라 다르고, 우리가 가진 것에 따라 다르고, 시점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목표라도 2년 전이면 직접 개발이 맞았고 지금은 도입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교되지 않으면 선택도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 선택지들이 한자리에서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구 과제는 연구소가 관리합니다. 기술 도입은 사업개발이 봅니다. M&A는 전략기획이나 재무가 다룹니다.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다른 양식으로, 다른 회의에 올라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연구소에서 올라온 안건은 직접 개발안입니다. 사업개발에서 올라온 안건은 도입안입니다. 각자 자기가 다루는 수단으로 답을 만들어 옵니다.

두 안이 같은 목표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인데, 나란히 놓고 비교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더 나은지가 아니라, 어느 부서의 목소리가 컸는지 또는 그때 누가 더 준비를 잘해 왔는지로 결정됩니다.

이건 어느 부서의 잘못이 아닙니다. 애초에 비교할 자리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관리해야 할 것은 개별 과제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여러 수단을 한자리에 놓고 고르는 그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전략과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사 밖의 조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규제가 바뀌면 개발 방향이 바뀝니다. 경쟁사가 먼저 들어오면 우리 계획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원료 공급 구조가 흔들리면 원가 계산이 무너집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지금 하던 접근이 통째로 낡은 것이 됩니다.

거래 처리는 이렇지 않습니다. 회계 처리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규정대로 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스템으로 만들기 쉬웠던 것이고요.

반면 전략과 프로젝트는 밖이 바뀌면 안이 바뀌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에서 연초에 확정된 계획은 연말까지 그대로 갑니다. 밖은 계속 바뀌는데 계획은 그대로입니다.

정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기준을 바꿀 것인가

여기서 생물학의 개념을 두 개 빌려 오겠습니다. 관리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이만한 대비가 없습니다.

개념 원리 관리에 대입하면
항상성 (Homeostasis) 정해진 정상 범위를 유지 — 체온이 벗어나면 되돌림 계획이 기준, 실적이 벗어나면 계획으로 되돌림 (일정 만회, 예산 조정)
알로스테시스 (Allostasis) 환경이 바뀌면 기준값 자체를 변경 — 고지대에서 적혈구 증가 환경이 바뀌면 계획 자체를 다시 정함

항상성 방식은 목표가 옳다는 전제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기준값이 맞아야 거기로 돌아가는 것이 의미가 있으니까요.

목표가 밖에 있던 시절에는 항상성 방식이 맞았습니다. 목표가 옳다는 것이 보장되어 있었으니 실행을 계획에 맞추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목표를 우리가 정해야 하는 지금은, 그 목표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계속 물어야 합니다.

저희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의 이름을 여기서 가져왔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뒤에 이야기할 설계의 중심에 이 개념이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필요합니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관리해야 할 것은 전략과 프로젝트입니다. 그것이 기업 활동의 실체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의 범위는 내부 연구개발을 넘어섭니다. 무엇을 할지가 정해졌다고 해서 어떻게 할지가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개발, 기술 도입, 공동연구, Outsourcing, Insourcing, 전략적 투자, M&A — 이 선택지들이 한자리에서 비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환경이 바뀌면 다시 검토되어야 합니다. 계획으로 되돌아가는 관리가 아니라, 계획을 다시 정하는 관리가 필요합니다.

말로 하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실제로 하려면 꽤 많은 것이 갖춰져야 합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들어오는 통로가 있어야 하고, 그 정보가 우리 계획의 어느 부분과 관련 있는지 연결되어야 하고, 관련이 있다면 누군가 판단을 해야 하고, 그 판단이 계획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편에 걸쳐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다만 그 전에 짚고 갈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항상성 방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기술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기업 소프트웨어이기도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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