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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세상이 바뀌었는데, 우리의 판단은 그대로입니다
지식관리 12 / 45

세상이 바뀌었는데, 우리의 판단은 그대로입니다

지식관리 시리즈 3/3

지금까지 두 편에 걸쳐 이야기했습니다.
1편에서는 지식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업무를 수행하면 족적이 남고, 그 족적이 조직의 지식이 된다고요.
2편에서는 쌓는 것과 꺼내 쓰는 것이 다른 문제라고 했습니다. 검색만으로는 부족하고, 무엇이 무엇과 이어지는지에 대한 관계가 있어야 한다고요.
오늘은 마지막 편입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지금까지가 "사람이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지식이었다면, 오늘은 "쌓인 것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판단은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먼저 당연하지만 잘 의식하지 않는 사실 하나부터 짚겠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참이라고 보고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판단 위에서 과제가 시작되고, 자원이 투입되고, 몇 년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이 전제들은 대개 말해지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이 원료가 계속 공급된다는 전제 하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문서에는 결론만 남습니다. "A안으로 진행한다." 왜 A안인지는 몇 줄 적힐 수도 있지만, 무엇을 참이라고 보고 A안을 골랐는지는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바뀌어도 판단은 그대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반드시 바뀝니다.

규제가 개정됩니다. 원료 공급사에 문제가 생깁니다. 경쟁사가 예상보다 빨리 유사 제품을 내놓습니다. 시장 전망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정보들은 대개 조직 안에 들어옵니다. 담당자가 업계 뉴스를 봅니다. 학회에 다녀옵니다. 시장 보고서를 읽습니다. 정보 자체가 없어서 못 보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변화가 우리의 어떤 판단을 흔드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조직 안에 있을까요.

답하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알아야 합니다. 새로 들어온 정보의 의미와, 과거에 내린 판단들이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었는지를요.

앞의 것은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뒤의 것은 그 판단을 내린 사람만 압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다른 과제를 맡고 있거나, 조직을 떠났거나, 아니면 그냥 잊어버렸습니다.

1편에서 다뤘던 문제가 여기서 다시 나타납니다. 다만 이번에는 더 조용하게 나타납니다. 인수인계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뒤늦게 압니다. 문제가 실제로 터진 뒤에요. 원료를 못 구하게 되었을 때, 규제에 걸렸을 때, 경쟁사 제품이 먼저 나왔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그때 그 결정을 다시 봤어야 했는데"라고 말합니다.

전제를 기록한다는 것

해결의 출발점은 단순합니다.

결론과 함께, 그 결론이 무엇을 참이라고 보고 내려졌는지를 남깁니다.

1편에서 저희는 남아야 할 것 다섯 가지를 말씀드렸는데, 그중 하나가 "결론만이 아니라 전제"였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부담이 되면 안 됩니다

먼저 원칙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전제를 적는 것이 별도 업무가 되면 안 됩니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별도로 정리해서 올리라고 하면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전제는 판단이 내려지는 그 자리에서 함께 적혀야 합니다. 과제 계획을 세울 때, 방향을 결정할 때, 대안을 고를 때. 그 순간에는 이유가 명확하니 한두 줄로 충분합니다. 몇 달 뒤에 정리하려고 하면 본인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검증 가능한 형태여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적느냐가 중요합니다.

쓸모없는 전제 검증 가능한 전제
시장 상황이 좋을 것이다 이 시장은 향후 3년간 연 5% 이상 성장한다
원료 수급이 안정적이다 이 원료의 공급 단가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제는 나중에 참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그래야 무언가 바뀌었을 때 이 전제가 걸리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제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모든 전제가 같은 무게를 갖지는 않습니다. 어떤 전제는 몇 년간 안정적입니다. 어떤 전제는 반년만 지나도 다시 봐야 합니다. 규제 개정이 예고된 영역, 경쟁이 치열한 영역, 원자재 가격 변동이 큰 영역은 특히 그렇습니다.

전제를 적을 때 "언제쯤 다시 확인해야 하는가"를 함께 남기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그 시점에 검토 대상으로 올라옵니다.

그러면 연쇄가 가능해집니다

전제가 기록되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것이 어떤 전제를 건드리는지 대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편에서 다룬 관계, 즉 온톨로지가 여기서 실제로 일을 합니다. 전제와 판단이 이어져 있고, 판단과 과제가 이어져 있으면, 연쇄를 따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정보 규제 개정, 원료 이슈, 경쟁사 동향
어떤 전제를 흔드는가
그 전제 위에 서 있던 판단은 무엇인가
그 판단으로 시작된 과제는 무엇인가
재검토 대상

이건 사실 사람이 하던 일입니다. 경력이 오래된 연구소장이 뉴스를 보다가 "어, 이거 우리 그 과제에 영향 있는데" 하고 알아채는 것. 그 순간 머릿속에서 정확히 이 연쇄가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게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그날 그 뉴스를 봐야 하고, 그 과제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마침 그 연결을 떠올려야 합니다. 조건이 하나만 어긋나도 놓칩니다.

시스템이 하는 일은 이 연쇄를 조직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시스템이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시스템이 하는 일은 "이 판단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고 알려주는 것까지입니다. 실제로 다시 볼지, 봤을 때 판단을 바꿀지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계획'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희는 Alive Plan, 살아 있는 계획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오늘 그 말의 실제 내용을 말씀드리는 셈입니다.

기존의 계획 관리는 계획 대비 실적을 봅니다. 처음에 세운 계획이 기준이고, 그것을 얼마나 지켰는지를 측정합니다. 이 방식은 목표가 명확한 환경에서는 잘 작동합니다.

그런데 First Mover 환경에서는 계획 자체가 갱신되어야 합니다.

외부 상황이 바뀌면 전제가 흔들리고, 전제가 흔들리면 판단을 다시 보고, 판단이 바뀌면 계획이 바뀝니다. 이 연쇄가 돌아가는 계획이 살아 있는 계획입니다.

계획이 바뀌는 것은 관리 실패가 아닙니다. 새로운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몇 년째 한 번도 안 바뀐 계획이 있다면, 그게 더 걱정할 일입니다. 아무도 다시 보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으니까요.

세 편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3부작이 왜 이 순서였는지 보실 겁니다.

1편 판단이 기록되어야 합니다. 족적이 남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2편 관계가 정리되어야 합니다. 무엇이 무엇과 이어지는지 알아야 연쇄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3편 전제가 명시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참이라고 보고 내린 판단인지 알아야, 그것이 흔들렸을 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나머지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관계를 맺을 것이 없습니다. 관계가 없으면 전제와 판단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전제가 없으면 무엇이 흔들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에 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겠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을 처음부터 다 갖추려고 하면 시작조차 못 합니다.

중요한 과제부터, 중요한 판단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자원이 크게 들어가는 판단, 되돌리기 어려운 판단, 여러 과제에 영향을 주는 판단. 이런 것들부터 남기면 됩니다. 그리고 한동안 운영해 보면, 어떤 전제가 실제로 자주 흔들리는지가 보입니다. 그때 범위를 넓히면 됩니다.

마치며 — 지식관리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입니다

지식관리라고 하면 대개 과거를 보관하는 일로 이해됩니다. 지나간 자료를 잘 정리해 두는 일, 나중에 필요하면 꺼내 볼 수 있게 하는 일.

저희는 다르게 봅니다.

축적의 목적은 보관이 아닙니다. 다시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쓰는 시점은 언제나 미래입니다.

전부 미래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식관리는 정리 정돈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의 문제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희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사람은 바뀌고 법인은 지속된다고요. 지속되는 쪽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필요할 때 작동하게 할 것인가. 이 시리즈 전체가 그 이야기였습니다.

세 편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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