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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건강기능식품 개발은 왜 원료에서 막히는가
산업 이야기 8 / 45

건강기능식품 개발은 왜 원료에서 막히는가

산업 이야기2

들어가며

지난 글에서 화장품 OEM/ODM 개발을 시스템으로 만들 때 부딪히는 것들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편으로 건강기능식품입니다.

두 산업은 흔히 함께 묶입니다. 실제로 화장품과 건기식을 동시에 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그런데 개발관리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다릅니다. 같은 시스템 논리로 접근했다가 어긋나는 경우를 저희도 여러 번 봤습니다.

무엇이 다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1. 병목이 다른 곳에 있습니다

화장품 개발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이렇습니다. 컨셉이 정해지면 처방을 짜고, 시제품을 만들고, 관능과 안정성을 보고, 안 되면 처방을 고쳐서 다시 돌립니다. 회차가 빠르게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앞 글에서 처방 계보 관리를 크게 다뤘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다릅니다.

여기서는 어떤 기능성 원료를 쓸 것인가가 정해지는 순간, 제품의 뼈대가 사실상 결정됩니다. 기능성이 정해지고, 표시할 수 있는 문구의 범위가 정해지고, 일일섭취량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제형과 용량이 따라옵니다.

배합을 조정하는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개발의 무게중심이 뒤가 아니라 앞에 있습니다. 처방을 몇 번 돌리느냐보다, 원료를 무엇으로 가느냐가 훨씬 큰 결정입니다.

그래서 시스템도 다르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화장품 시스템이 개발 회차의 이력을 잘 다뤄야 한다면, 건기식 시스템은 원료와 근거 자료를 잘 다뤄야 합니다.

2. 개발의 출발점은 원료 선택입니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원료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고시형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준과 규격을 고시해 둔 것으로, 그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진입이 쉽습니다. 대신 경쟁사도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공전에 등재되지 않은 원료에 대해 안전성과 기능성 자료를 갖춰 식약처장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인정받은 영업자만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습니다. 대신 시간과 비용이 크게 듭니다.

여기서 개발관리 관점의 중요한 구분이 나옵니다.

앞선 글에서 저희는 R&D 프로젝트 안에서도 Research와 Development는 다르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목표가 탐색적이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Research, 확보된 기술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Development라고요.

건강기능식품에서는 이 구분이 유난히 선명하게 갈립니다.

고시형 원료 기반 개별인정형 원료 개발
성격DevelopmentResearch
기간수개월수년
불확실성낮음 (기준 충족 여부)높음 (인정 여부를 모름)
관리 초점배합·기준 준수·일정근거 자료 축적·단계별 판단
실패의 의미손실축적된 데이터

이 둘을 같은 양식으로 관리하면 반드시 한쪽이 왜곡됩니다. 개별인정 과제를 고시형 제품과 같은 진척률로 보면 만년 지연 과제가 되고, 반대로 고시형 개발을 느슨하게 두면 납기가 흔들립니다.

과제 유형을 나누는 일이 왜 시스템 설계의 첫 단계여야 하는지, 이 산업에서 특히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3. 근거 자료가 곧 회사의 자산입니다

건강기능식품 개발에서 실제로 쌓이는 것은 완성된 배합표가 아닙니다. 근거 자료입니다.

특히 개별인정형은 이 자료의 두께가 곧 인정 여부를 가릅니다. 그리고 인정을 받고 나면, 그 자료 뭉치 자체가 회사의 독점적 지위를 떠받치는 근거가 됩니다. 화장품의 처방이 자산이라면, 건기식은 자료가 자산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자료가 흩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험기관에서 받은 보고서는 메일함에, 검토한 논문은 담당자 PC에, 회의에서 나눈 판단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다 몇 년 뒤 유사한 원료로 다시 인정을 신청할 때, 처음부터 자료를 다시 모읍니다. 이미 검토했다가 부적합 판단을 내린 문헌을 다시 찾아 읽기도 합니다.

시스템 설계 관점에서 이 영역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료와 판단이 함께 묶여야 합니다. 자료를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자료를 보고 무엇을 판단했는지, 왜 채택했고 왜 배제했는지가 자료에 붙어 있어야 다음 사람이 씁니다.

둘째, 원료를 중심으로 모여야 합니다. 제품별로 관리하면 같은 원료의 자료가 제품마다 흩어집니다. 원료 하나를 열면 그 원료에 대해 회사가 지금까지 축적한 모든 것이 보여야 합니다.

4. 표시·광고는 개발 단계에서 결정됩니다

여기서 제도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실무에서 오해가 남아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에 대해 사전심의 제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헌법재판소가 이를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헌으로 결정했고, 이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2019년 3월부터는 자율심의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율심의가 되었다고 해서 부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판단의 책임이 기업으로 넘어왔습니다. 사전에 걸러주던 절차가 없어졌으니, 문제가 되는 표현을 스스로 판단해서 걸러야 합니다.

그리고 이 판단의 출발점이 어디냐면, 개발 단계에서 어떤 기능성으로 갔는가입니다.

인정받은 기능성의 범위가 곧 표시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입니다. 개발 초기에 결정한 것이 몇 년 뒤 마케팅 문구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입니다. 개발과 마케팅이 이렇게 직접 연결되는 산업이 많지 않습니다.

시스템 관점에서는 이렇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원료를 선택하면 그 원료의 인정받은 기능성이 따라오고, 그 기능성이 표시 가능한 범위로 이어지고, 실제 제품의 표시 문구가 그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되는 구조. 이 연결이 끊어져 있으면, 개발과 마케팅 사이에서 사고가 납니다.

5. 원료 관리는 화장품과 겹치면서도 다릅니다

앞 글에서 다룬 원료 관리 원칙은 여기서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원료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료가 들어간 제품이 무엇인지 즉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공급 중단이든 규제 변경이든,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고 있으면 늦습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다릅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일일섭취량을 기준으로 관리됩니다. 배합 비율이 아니라, 하루에 섭취하는 양에 기능성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제형이나 용량을 바꾸면 함량 계산이 전부 다시 이루어져야 하고, 그 결과가 인정받은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계산기로 하는 순간 실수가 납니다. 이 계산이 시스템 안에서 자동으로 검증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6. 개발 주기가 길다는 것의 의미

마지막으로, 앞 글에서도 다뤘던 이야기를 건기식 맥락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화장품 편에서 저희는 "저 친구가 나가면 그 제품은 누가 봅니까"가 현장 관리자의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개발 주기가 길기 때문입니다.

개별인정 원료 개발은 수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담당자가 그대로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담당자 교체는 예외가 아니라 거의 확정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인계받는 사람이 마주하는 것은 폴더 하나입니다. 시험 보고서 여러 건, 논문 파일 수십 개, 그리고 왜 이 원료로 갔고 어떤 대안을 접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는 상태.

시스템이 담당자의 전문성을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다만 회사가 이미 판단한 것들을 다시 판단하지 않게 해줍니다. 어떤 문헌을 검토했고, 어떤 원료를 후보에 올렸다가 왜 제외했고, 시험 결과를 보고 무엇을 결정했는지. 이런 것들이 남아 있으면 인계받은 사람은 회사가 도달한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은 별도 업무가 되면 안 됩니다. 자료를 등록하는 자리에 판단을 함께 적고, 회의 결과를 그 자리에 남기고, 후보에서 뺀 이유를 그때 적는 구조여야 합니다. 기록이 목적이 아니라 업무의 부산물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같습니다.

정리하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두 산업의 개발관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의 무게중심처방 회차원료 선택과 인정
핵심 자산처방과 그 계보근거 자료와 판단 이력
회차 속도빠름느림 (특히 개별인정)
규제 확인 시점처방 구성 중원료 선정 단계부터
관리의 기준배합 비율일일섭취량 기준 함량
담당자 교체 위험있음개발 주기가 길어 사실상 필연

같아 보이지만 시스템에서 무엇을 중심에 둘지가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두 영역을 하나의 틀로 묶지 않습니다. 공통 기반은 공유하되, 관리 대상의 성격에 맞게 다르게 설계합니다.

저희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양쪽에서 오랫동안 시스템을 만들어 왔습니다. 처방과 원료 관리에 특화된 F-ELN, 개발 전 과정을 다루는 PLM, 원료 유통을 관리하는 CosFlow가 위의 문제들에 대응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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