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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Insight기술경영은 왜 시스템으로 남지 않습니까 — 사람이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서
AI 시대의 MOT 93 / 102

기술경영은 왜 시스템으로 남지 않습니까 — 사람이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서

AI 시대의 MOT - 1

중장기 기술개발 계획 파일을 열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문서 속성에서 최종 수정일을 확인해 보십시오.
작년 12월, 혹은 재작년 어느 날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계획을 만들 때는 여러 부서가 모였습니다. 자료를 준비하는 데 몇 주가 걸렸고, 워크숍도 이틀쯤 했을 겁니다.
그동안 시장은 바뀌었고, 경쟁사는 제품을 냈고, 규제도 손질됐습니다. 파일은 그대로 있습니다.

방법론 적용이 부족해서 생긴 일은 아닙니다

기술경영은 이미 충분히 성숙한 분야입니다.

미래를 읽는 기법만 해도 델파이, 시나리오 플래닝, 특허 분석이 있습니다. 기술을 고르는 데는 핵심역량 분석과 AHP가 있고, 과제를 평가하는 데는 기대사업가치(ECV)와 실물옵션이 있습니다. 실행에는 스테이지게이트와 획득가치관리(EVM)가 있습니다.

이런 기법들을 묶은 방법론이 체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이 있고, 협회 교육과정이 있고, 컨설팅 회사가 있습니다.

배울 곳도 많고 가르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앞의 장면은 반복됩니다.

배우지 않아서도 아니고, 써보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적용해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는 것은 문서 파일 한 세트입니다

워크숍이 끝나면 산출물이 나옵니다. 로드맵 한 장, 포트폴리오 매트릭스 한 장, 우선순위 목록 하나.

그 산출물은 보고되고, 공유 폴더로 갑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워크숍을 엽니다.

작년 것을 열어 보기는 합니다. 대개 참고 자료로만 씁니다.

기법은 매번 새로 꺼내 쓰고, 쓰고 나면 다시 넣어둡니다. 조직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소비됩니다.

사람이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 있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술경영은 지금까지 사람이 수행한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되었습니다. 대개는 그 전제를 의식하지도 않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따로 적어두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시간을 내서, 자료를 모아서, 회의를 열어서 수행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람이 수행하는 일은 그 사람이 하는 동안만 유효합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멈추고, 그 사람이 바빠도 멈춥니다. 조직 개편이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기술경영은 "누가 맡느냐"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유능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으면 잘 돌고, 아니면 안 돕니다.

회계는 왜 이런 일이 없습니까

같은 질문을 다른 영역에 해 보십시오. 회계, 생산, 영업처럼 정해진 절차대로 건건이 처리되는 일(트랜잭션 업무) 말입니다.

회계 담당자가 바뀌면 장부가 사라집니까. 아닙니다. 계정과목은 그대로 있고, 전표는 그대로 있고, 월 마감은 돌아갑니다. 새 담당자는 어제까지의 상태를 보고 오늘부터 일합니다.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품목 코드와 공정과 자재명세서가 시스템에 있습니다. 영업도 그렇습니다. 고객과 거래 이력이 남아 있습니다.

이 영역들은 사람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의 상태가 시스템에 있고, 사람은 그 위에서 일합니다.

기술경영만 그렇지 않습니다. 과제 목록과 예산 집행 내역은 시스템에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 과제를 시작했는지, 무엇을 전제했는지, 무엇을 검토하고 기각했는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AI를 붙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AI 도구를 도입하는 곳이 많습니다. 자료 요약, 보고서 초안, 번역, 검색.

분명히 편해집니다. 그런데 이것이 조직의 관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작업 보조 조직의 관리
일을 아는 곳 그 사람의 머릿속 시스템에 정의되어 있음
결과가 남는 곳 그 사람의 파일 시스템
그 사람이 나가면 함께 나감 시스템에 남음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다시 이어받음

지금 대부분의 AI 도입은 왼쪽입니다. 왼쪽은 아무리 쌓여도 오른쪽이 되지 않습니다.

오른쪽이 되려면 무엇을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를 누가 책임지는지도요.

사람에게 일을 맡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사람은 애매해도 알아서 채웁니다. AI는 못 채웁니다.

그렇게 정해두면 수행한 이력이 사람이 아니라 그 일 자체에 쌓입니다. 다음 사람은 시스템에서 지금까지의 상태를 보고 이어서 하면 됩니다.

맡길 것이 없으면 맡길 수 없습니다

AI는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된 일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기술경영에는 그 정의가 없습니다. 유능한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을 뿐입니다.

맡길 것이 없으니 맡길 수가 없습니다.

AI 시대에 기술경영이 달라져야 한다는 말은, 더 좋은 도구를 쓰자는 뜻이 아닙니다. 맡길 수 있는 형태로 먼저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시스템이 된다는 것은 화면을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기 쉽습니다.

시스템으로 만든다고 하면 대개 화면과 결재선을 떠올립니다. 과제 등록 화면, 진도 입력 화면, 승인 단계. 그런 것을 만들어도 앞의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시스템이 된다는 것은 회사의 활동과 역할이 항목으로 정의되어, 늘 그 자리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어떤 일에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 그 판단에 누가 무엇을 제공하는지, 무엇을 전제하고 있는지. 이것들이 각각 자리를 갖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채워 넣지 않아도 형태는 이미 서 있는 상태죠. 그런 상태를 디지털 엔터프라이즈(Digital Enterprise)라고 부릅니다.

기록이 어디에 붙느냐의 문제입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기록도 사람에게 붙습니다. 그 사람이 나가면 기록도 따라 나갑니다.

역할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기록은 역할에 붙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그 역할이 무엇을 해왔는지는 남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어디에 적어두느냐만 다릅니다. 그 차이가 남느냐 사라지느냐를 가릅니다.

앞으로 볼 것들

이 시리즈는 열두 편에 걸쳐 한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기술경영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만들 것인가.

기존 기법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도 로드맵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그것을 사람이 달력을 보고 꺼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상태가 필요할 때 부르는 구조로 바꾸자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지금까지 왜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부터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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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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