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S 지식관리시스템은 왜 대부분 실패했습니까
현장의 질문들 - 15
지식관리시스템은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끝났습니다. 처음 몇 달 자료가 쌓이다가, 반년쯤 지나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흔히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습니다. 안 올려서, 동기가 없어서, 공유 문화가 없어서.
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그것들을 갖춘 곳에서도 실패했습니다.
원인은 그보다 앞에 있었습니다. 왜 하는지, 무엇을 담을지, 어떻게 쌓을지를 정하지 않은 채 시스템부터 지었습니다. 도입이 목적이었습니다.
"지식경영을 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KMS가 유행처럼 구축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경영진이 지식경영의 필요성을 말하면, 그것이 곧 KMS 구축으로 번역됐습니다. 지식경영을 한다는 것과 시스템을 하나 도입한다는 것이 같은 말로 쓰였습니다.
그리고 대개 IT 부서가 주도했습니다. 시스템을 짓는 일이니 자연스러운 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물어야 할 것을 아무도 묻지 않았습니다.
물었어야 할 것
| 왜 하는가 | 지금 무엇이 안 되고 있는가 |
| 무엇을 담을 것인가 | 어떤 지식이 필요한가 |
| 어떻게 쌓고 나눌 것인가 | 누가 언제 남기는가 |
이 셋에 답하지 않고 시스템을 지으면, 화면은 나오는데 담을 것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시스템이 열립니다.
그래서 올릴 이유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시스템은 지었는데 자료가 안 올라옵니다. 올릴 이유가 정해진 적이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올리게 만들 방법을 찾았습니다. 마일리지를 주고, 부서별로 등록 건수를 할당했습니다.
그때 현장에서 돌던 말이 있습니다.
"내 지식을 왜 회사에 올리나."
할당은 채워야 하니 무언가는 올라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 쓰다 만 문서, 남의 보고서. 건수는 채워지고 실적은 보고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것을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보지 않으니 더 안 올립니다.
올릴 이유를 만들려던 정책이, 오히려 볼 이유를 없앴습니다.
전사 하나로 지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여기가 가장 큰 실수였다고 봅니다.
지식은 일하는 단위에서 쌓입니다. 연구소에서 쌓이는 지식과 영업에서 쌓이는 지식은 종류가 다르고, 쌓이는 방식도 다릅니다. 같은 연구소 안에서도 팀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KMS는 전사 하나로 지어졌습니다.
전사에 통하는 분류체계를 만들려니 어느 조직에도 딱 맞지 않는 분류가 됩니다. 너무 크거나, 너무 일반적이거나, 우리 일에 해당하는 칸이 없습니다.
분류가 안 맞으면 넣을 자리가 없고, 넣을 자리가 없으면 아무 데나 넣습니다. 그리고 아무 데나 넣은 것은 찾아지지 않습니다.
올렸는데 나중에 못 찾은 경험은, 다음에 올리지 않을 이유가 됩니다.
검색하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분류체계를 만들지 않은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안 만들어도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다 올려두고, 필요하면 검색하면 된다."
당시 검색엔진이 그 답처럼 보였습니다. 어디에 넣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단어로 찾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분류를 건너뛸 명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검색은 걸러 주지 않습니다
검색은 같은 단어가 들어간 것을 다 가져옵니다. 그 안에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쓰레기도 함께 나옵니다.
할당을 채우려고 올린 인터넷 자료, 쓰다 만 문서, 남의 보고서. 이것들도 같은 단어를 갖고 있습니다.
결과는 잔뜩 나오는데, 어느 것이 우리 회사에서 실제로 쓰인 것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전부 열어보거나, 결국 옆자리에 물어봅니다.
안 찾아진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이 찾아져서 못 쓰는 것입니다.
구축이 끝나는 순간 주인이 없어졌습니다
또 하나가 있습니다. 짓는 조직과 쓰는 조직이 달랐습니다.
구축을 맡은 쪽은 시스템을 열면 일이 끝납니다. 쓰는 쪽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구축이 끝나는 시점에 책임이 끊깁니다.
그런데 지식은 쌓이기 시작하는 때가 구축이 끝난 다음입니다. 분류를 손보고, 안 쓰는 칸을 정리하고, 올라온 것을 걸러내는 일이 계속 필요합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 주인이 없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다시 한다면
시스템을 고르기 전에 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 어떤 지식을, 어떤 절차로 쌓고 나눌 것인가.
전사가 아니라 일하는 단위로 물어야 합니다. 그 단위의 일을 아는 사람만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조직마다 답이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합니다. 일하면서 남는 기록과 따로 올리는 자료를 구분해야 합니다.
지식을 따로 정리해서 올리라고 하면, 그것은 없던 일이 하나 더 생기는 것입니다. 없던 일은 밀립니다. 하던 일에서 그대로 남게 하는 쪽이 오래갑니다.
이 답이 없으면 어떤 시스템을 넣어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AI가 있으면 다를까요
지금은 도구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AI는 잘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찾고, 요약하고, 물으면 답합니다. KMS 시절에는 없던 것입니다.
다만 AI가 대신해 주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 어떤 지식을 필요로 하는지, 그것을 어떤 절차로 쌓고 나눌 것인지. 이건 우리 일을 아는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리가 없으면 AI도 같은 창고를 뒤집니다. 쓰레기가 쌓인 창고에서 찾아내는 것은 쓰레기입니다.
그때 검색엔진에 걸었던 기대를, 지금은 AI에 걸고 있습니다. 다 넣어두면 알아서 찾아 줄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도구는 훨씬 좋아졌지만, 걸러 줄 근거가 없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AI를 도입해야 한다"가 그때의 "지식경영을 해야 한다"와 닮았습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할지보다 도입이 먼저입니다.
AI를 넣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넣기 전에 정할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때 안 한 바로 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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