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전자연구노트, 무엇이 다릅니까
현장의 질문들 - 13
화장품 연구소에서 전자연구노트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반대입니다.
못 쓰는 이유와 안 쓰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못 씁니다
한 처방에 수십 차수가 도는데, 매 차수를 정식으로 남기라고 하면 감당이 안 됩니다
안 씁니다
처방은 오랫동안 개인의 노하우로 여겨져 왔습니다. 남길 이유를 못 느낍니다
둘 다 풀어야 합니다. 가볍게 만들어도 남길 이유가 없으면 안 남기고, 이유가 생겨도 무거우면 못 남깁니다.
이 글은 그 둘을 어떻게 푸는지를 다룹니다.
화장품 연구가 다른 점
반복이 많습니다
한 처방을 완성하기까지 수십 차수가 돕니다. 배합을 조금씩 바꿔가며 계속 만듭니다. 제약의 제제 개발이나 건강기능식품 배합도 반복되지만, 화장품은 그 주기가 짧고 횟수가 많습니다.
결과를 사람이 판단합니다
제약은 규격에 맞느냐로 판정이 끝납니다. 화장품은 다릅니다. 사용감, 향, 발림성, 잔여감처럼 숫자로 안 잡히는 것이 결과를 정합니다.
점도나 pH는 측정되지만, "쓰기 좋은가"는 사람이 정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이 다음 차수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차수가 쌓이면 벌어지는 일
30차까지 도는 실험에서 매번 같은 시약을 입력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매 차수마다 장비 정보를 다시 적게 하면.
연구원은 곧 엑셀로 돌아갑니다.
남길 항목을 줄이자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항목을 매번 입력하지 않게 하자는 뜻입니다. 시약과 장비는 목록에서 고르고, 매 차수 바뀌는 것만 그때 받습니다. 차수가 30번 돌아도 새로 채울 것은 몇 칸뿐입니다.
실험대에서 적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어디서 적느냐입니다.
PC 앞에 앉아야 적을 수 있으면, 그 기록은 결국 기억으로 채워집니다.
손이 젖어 있거나 장갑을 낀 상태로 자판을 치러 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메모지에 적었다가 나중에 옮기고, 옮기다가 빠뜨립니다. 온도를 올린 시각, 색이 변한 순간, 예상과 달랐던 점은 그 자리를 벗어나면 흐려집니다. 그리고 기억은 세 번째 차수쯤부터 섞이기 시작합니다.
실험이 일어나는 자리에서 적을 수 있어야 합니다. 태블릿을 들고 실험대에서 바로 적으면,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기가 아니라 적는 자리입니다.
기록을 두 층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모든 차수를 같은 무게로 남길 필요가 없습니다.
| 작업 기록 | 연구 기록 | |
|---|---|---|
| 누가 보나 | 본인만 | 상사·영업·고객사 |
| 무엇을 | 차수별 배합 변경분·조건·관찰 | 배합·공정·분석·평가·판정 |
| 언제 | 매 차수 | 평가에 올릴 때 |
| 결재 | 없음 | 있음 |
"누가 보나"가 층을 가릅니다. 평가에 올리는 순간 그 기록은 밖으로 나갑니다. 그때부터는 정식으로 남겨야 합니다.
작업 기록은 엑셀을 대신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표에 값을 바로 치고, 이전 차수를 복사해서 바뀐 값만 고치고, 여러 차수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결재도, 필수 입력도, 승인도 없습니다.
여기서 요구를 더하면 안 됩니다. 엑셀보다 불편하면 엑셀로 돌아갑니다.
다만 세 가지는 지켜야 합니다.
작업 기록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두 층 모두 시스템 안에 남습니다
작업 기록에서 연구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차수가 그 시제품이 됐는지 추적됩니다
간략하다는 것은 항목이 적다는 뜻이지, 나중에 채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점수로 남겨야 찾아집니다
사용감이나 향처럼 숫자로 안 잡히는 것도 점수를 매기면 비교가 됩니다. 그리고 비교가 되면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발림성 7점 이상 나온 처방"을 꺼낼 수 있고, 기준 제품과 이번 시제품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습니다.
서술로만 남기면 그 기록은 읽을 수는 있어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가 항목과 척도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이번엔 5점 척도, 다음엔 7점 척도로 하면 비교가 안 됩니다. 사람마다 다른 항목으로 평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도 목록이 먼저입니다.
처방은 우리 설비에서 검증된 것입니다
여기가 화장품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입니다.
처방은 그 자체로 완결된 지식이 아닙니다. 같은 배합비라도 유화기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교반 속도, 승온 곡선, 충전 라인의 조건이 다르면 다른 물건이 나옵니다.
우리 처방은 우리 설비에서 검증된 것입니다.
그래서 배합비만 남기면 반쪽입니다. 어느 설비에서 어떤 조건으로 나온 결과인지가 함께 남아야 합니다. 그 정보가 없으면 다음 사람은 배합비만 보고 같은 것을 만들려다 실패합니다. 왜 안 되는지도 모른 채로요.
그리고 설비 조건은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정보입니다. 공정별로 어떤 설비를 쓰고 그 설비의 조건이 무엇인지가 목록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처방에 그것이 붙습니다.
요구하지 않아도 남게 됩니다
화장품 업계는 연구원의 이동이 잦은 편입니다. 그래서 기록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시게 됩니다.
다만 겨눌 곳이 조금 다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처방은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설비에서 검증된 것입니다. 사람이 옮겨도 설비는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설비에서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이 안 됐는지가 함께 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차에서 왜 점증제를 줄였는지, 7차에서 왜 그 원료를 뺐는지. 최종 처방만 남기면 다음 사람이 같은 시행착오를 다시 겪습니다.
개인의 노하우가 된 것은 탓할 일이 아닙니다
남겨도 아무도 안 보고 찾아지지도 않는다면, 머릿속에 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종이 노트 시절에는 실제로 그랬습니다. 남기는 일은 그저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건이 다릅니다. 남긴 것이 찾아지고, 찾아진 것이 다음 개발에 쓰입니다.
그리고 순서가 이렇습니다.
가볍게 만들어 다 남게 하고, 남은 것이 찾아지게 하고, 찾아져서 실제로 쓰이면 그때부터는 저절로 남깁니다.
연구원 입장에서 작업 기록은 자기가 쓰기 편하자고 쓰는 것입니다. 엑셀을 대신하는 것이니 부담이 늘지 않습니다. 다만 시약을 목록에서 고른다는 것 하나가 다를 뿐입니다.
그 한 가지 차이로 나중에 찾아집니다. 요구하지 않았는데 남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 실험대에서 적을 수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PC 앞으로 돌아와야 하면 기억으로 채워집니다
- 모든 차수를 같은 무게로 남기게 하지 마십시오. 무거우면 안 씁니다
- 평가 항목과 척도를 먼저 정하십시오. 점수가 통일되어야 찾아집니다
- 설비와 공정 조건이 처방에 붙는지 보십시오. 배합비만으로는 재현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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