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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 유행합니까 — 방법론이 앞서는 경영

이론과 현장 • 경영유행 - 1

지난 20년간 무엇이 들어왔다 나갔습니까

한번 세어 보십시오.
전사적으로 도입했던 방법론이 몇 개였습니까. 전담 조직을 만들었고, 교육을 받았고, 자료를 만들었고, 성과 보고를 했습니다.
그 조직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 방법론 중 몇 개가 살아 있습니까.
남아 있는 것은 대개 명칭과 자격증과 인증서입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따라갑니다

남을 따라가다 함께 잘못되는 현상을 레밍 신드롬이라고 부릅니다. 나그네쥐가 떼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잘못 알려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용어는 남았습니다. 앞이 가니까 무작정 뒤에서 따라간다는 비유입니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는 각자 확인하지 않습니다. 앞이 가고 있다는 것만 확인합니다.

경영 방법론도 비슷하게 퍼집니다. 그 방법론이 무엇을 풀려고 만들어졌는지, 우리에게 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도입합니다.

이런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컬럼비아대의 에릭 아브라함슨 교수는 이러한 경영 기법의 확산을 가리켜 매니지먼트 패션(Management Fashion)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핵심 주장은 이렇습니다. 경영 기법의 확산은 그 기법이 효과적이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자들의 지적은 간단합니다. 유행하는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려면 도입 이후 성과가 좋아져야 하는데,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유행은 자연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확산을 만듭니까. 연구들은 네 주체의 합작으로 봅니다.

학계 영향력 있는 새 이론을 내놓고 싶습니다
컨설팅 업계 새 모델을 유행시켜 되도록 많은 기업에 팔고 싶습니다
언론 누구보다 먼저 유행을 포착해 전하고 싶습니다
최고경영자 새 이론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싶습니다

아브라함슨은 6시그마를 전형적인 사례로 지목했습니다. 미국에 소개될 당시 컨설팅 업체들이 GE를 성공 모델로 내세워 홍보했고,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 금융, 정부 기관까지 판매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지금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IT 업계입니다. 방법론이 아니라 제품이 유행의 주체가 되는 시대라, 이 이야기는 3편에서 따로 보겠습니다.

TQM은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품질을 품질부서의 일이 아니라 전사의 일로 보자는 생각은 미국에서 나왔고, 그것을 경영 방식으로 완성한 것은 일본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미국이 일본의 성공을 역수입하면서 TQM(전사적 품질경영)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국내에는 두 번 들어왔습니다. 1960년대부터 일본식 품질관리를 받아 30년을 해왔는데, 1990년대에 미국식 TQM이 새 유행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이미 하던 것이 새 이름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방법론으로 들어왔습니다. 왜 그것이 나왔는지,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함께 오지 않았습니다. 온 것은 절차와 양식과 성공 사례였습니다.

담당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전에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부터 받았습니다. 분임조를 몇 개 만들고, 개선 과제를 몇 건 올리고, 발표회를 언제 하는지.

몇 년 뒤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서류철이었습니다.

실적이 아니라 평판 때문입니다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데 왜 계속 도입할까요.

서울대 박철순 교수는 제도화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경영자는 기술적 효용보다 제도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관행을 채택함으로써, 합리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6시그마를 더 빨리 도입했습니다.

2000년 버클리 연구진이 미국 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도 같은 방향입니다. 유행하는 경영 기법의 도입과 기업 실적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었고, 잡지의 기업 평가 순위나 최고경영자의 연봉 상승과는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도입하는 쪽에도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실적이 따라오지 않아도 평판이 좋아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들어간 비용은 얼마입니까

여기서 대개 빠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용입니다.

보이는 비용 보이지 않는 비용
무엇 컨설팅비, 교육비, 인증 심사비, 소프트웨어 구입비 전담 조직 운영, 자료 준비, 교육 참석, 회의, 문서 작성과 갱신, 심사 대비
어디에 기록 품의서와 계약서 없습니다
부담하는 것 예산 현업의 시간
언제까지 도입 시점 운영하는 내내

전담 조직이 생기면 그 조직은 존속하기 위해 일을 만듭니다. 과제 건수를 채우고, 교육을 돌리고, 실적을 보고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실제로 수행하는 것은 전체 회사입니다.

부서마다 과제를 내고, 담당자를 지정하고, 교육을 듣고, 자료를 만들고, 발표에 들어갑니다. 한 사람이 연간 며칠이든 전 직원 수를 곱하면 어떤 컨설팅 계약보다 큰 숫자가 됩니다. 그 시간은 원래 하던 일에서 빼 온 것인데, 어느 장부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문제가 먼저입니까, 방법론이 먼저입니까

순서가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어떤 문제(What)가 있고, 왜(Why) 그것을 풀어야 하는지가 먼저입니다. 그다음에 그 문제를 풀 방법(How)을 찾습니다. 방법론은 수단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거꾸로 갑니다. 좋아 보이는 방법론이 먼저 정해지고, 그것을 어디에 적용할지를 찾습니다.

6시그마는 같은 공정을 반복하는데 결과가 들쭉날쭉한 문제를 통계로 줄이려는 방법입니다. 우리 회사의 문제가 그것이었습니까, 아니면 그 방법론이 유명해서 시작했습니까.

순서가 거꾸로면 적용할 곳도 거꾸로 찾게 됩니다. 생산은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인사팀에는 무엇을 적용합니까. 측정할 데이터가 없어도 양식은 채울 수 있습니다.

도입한 뒤에 평가한 적이 있습니까

도입할 때는 검토합니다. 품의도 올리고, 기대 효과도 적습니다.

그 기대 효과를 나중에 확인한 적이 있습니까.

2년 뒤에 그 항목들이 달성됐는지 따진 자리가 있었습니까. 달성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적어둔 문서가 있습니까.

대개 없습니다. 도입은 분명히 의사결정이었는데, 그 의사결정을 평가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평가가 없으니 책임도 남지 않습니다. 책임이 남지 않으니, 다음에 비슷한 제안이 왔을 때 같은 판단을 또 합니다.

사라질 때도 조용히 사라집니다

방법론이 사라지는 방식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개 최고경영진이 바뀔 때입니다. 공식적으로 중단을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새 경영진이 다른 것을 강조하면 전담 조직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보고 자리가 줄고, 어느새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됩니다.

도입도 평가 없이 했는데, 종료도 평가 없이 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는지 아무도 정리하지 않습니다.

실패가 기록되지 않으면 학습도 없습니다

유행이 지나간 뒤 회사에 남는 것은 명칭과 인증서입니다.

무엇을 왜 도입했고, 어디까지 맞았고,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적어둔 곳은 없습니다.

그때 결정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러니 3년 뒤 새 방법론이 들어올 때, 회사는 처음 겪는 것처럼 그것을 맞이합니다.

유행이 반복되는 이유는 파는 쪽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는 쪽에 실패를 기업의 자산으로 담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영이 유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행하는 것은 방법론입니다.

그리고 방법론이 유행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회사의 경영이라는 정리된 실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떤 일을 어떤 역할로 하고 있는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방법론을 받아 앉힐 자리도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겉에 얹혔다가 떨어집니다.

다음 편에서 볼 것

여기까지가 구조입니다. 누가 유행을 만들고, 기업은 왜 도입하고, 왜 남지 않는가.

다음 편에서는 앞의 세 질문을 하지 않고 도입한 결과를 보겠습니다. 팀제, 6시그마, ISO 9001, BSC, EDMS. 다섯 가지가 각각 무엇을 풀려던 것이었고, 어디서 어긋났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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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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