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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MOT 103 / 107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에서 AI에게 맡길 역할은 정의되어 있습니까

AI 시대의 MOT - 11

경영회의에서 지시가 내려옵니다. "전략 관리에 AI를 어떻게 쓸지 방안을 가져오십시오."
기획 담당자가 목록을 적기 시작합니다. 시장 동향 정리, 보고서 초안, 회의록 요약, 자료 검색.
몇 줄 적고 나면 막힙니다. 그다음이 안 나옵니다.
결국 목록은 "자료 요약과 초안 작성" 수준에서 끝납니다. 개인의 일을 조금 덜어주는 것이지, 전략 관리를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자료와 머릿속 정보를 함께 쓰며 일합니다

AI 활용 방안을 찾을 때 흔히 이렇게 접근합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찾아서 AI 에이전트에게 넘긴다.

그런데 사람은 자료만 보고 일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함께 씁니다.

이 전략을 왜 이렇게 정했는지. 어떤 소식은 흘려들어도 되는지. 우리 회사에서 무엇이 중요한 기준인지. 이런 것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데, 담당자는 그걸 알고 일합니다.

목록이 "자료 요약"에서 멈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건 자료만으로 되는 일이라서 적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머지는 머릿속 정보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 적지 못한 것이고요.

준비 없이 맡기면 생기는 일

그래도 사람이 하던 일을 그대로 AI에게 맡기면 어떻게 됩니까.

AI는 담당자 머릿속에 있던 기준을 모릅니다. 그런데 모르면서도 그럴듯하게 답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늦게 드러납니다.

우리 회사의 기준이 아니라 업계 평균으로 판단합니다

알림이 쏟아지거나, 필요한 것이 빠집니다. 무엇을 지켜보라는지 모르니까요

"AI가 그렇게 분석했다"로 책임이 사라집니다. 결과를 받아 판단할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역할을 정의한다는 것 — 네 칸

그러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전부 꺼내 적어야 합니까.

아닙니다. 그건 된 적이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부분만입니다.

AI가 일을 하려면 요구사항과 찾아볼 자료가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네 칸으로 적습니다.

역할을 정의하는 네 칸

예: 전략에 영향을 줄 소식 분류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가걸린 소식과, 그것이 건드리는 전략의 가정
어떤 기준으로우리 전략이 딛고 선 가정 목록, 흘려도 되는 범위
어디를 찾아봐야 하는가업계 뉴스, 규제 공고, 경쟁사 공시, 영업 보고
결과는 누가 받아 판단하는가전략 담당 역할

가운데 두 칸이 담당자 머릿속에 있던 것입니다. 이걸 적어두는 것이 곧 AI에게 맡길 준비입니다.

목록을 적다 막혔던 기획 담당자가 이 네 칸을 채워보면, 무엇을 맡길 수 있는지가 보입니다.

전략 관리를 나눠보면

전략은 몇 가지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시장이 계속 커진다, 이 기술이 주류로 남는다, 경쟁 구도는 이 정도다. 이것을 전제라고 부르겠습니다.

전략 관리의 핵심은 이 전제가 여전히 맞는지 지켜보고, 흔들리면 전략을 고치는 것입니다. 그 일을 역할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역할 맡는 쪽
동향을 모으고, 전제에 걸리는 소식을 찾는다AI
전략 문서에서 전제를 뽑아낸다AI가 초안 → 사람이 확정
영향받는 결정이 무엇인지 추려낸다AI
전제가 흔들렸는지 판단한다사람
전략을 고칠지 결정한다사람

AI는 모으고 찾고 제안합니다. 사람은 확정하고 판단합니다.

AI가 찾아낸 전제는 아직 후보입니다

AI가 전략 문서를 읽고 "이 전략은 시장이 계속 커진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고 뽑아낼 수 있습니다. 쓸모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쓰면, 아무도 합의한 적 없는 전제가 회사의 전제처럼 돌아다닙니다.

AI가 뽑아낸 전제 사람이 확정한 전제
상태후보확정
책임없음확정한 사람
지켜볼 대상이 되나아니오예
나중에 돌아볼 수 있나결과를 안 뒤의 추측이 섞임그때의 판단이 남아 있음

AI는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AI가 낸 것은 제안으로 들어오고, 사람이 확정해야 회사의 것이 됩니다.

AI 에이전트는 설비 위에서 일합니다

공장에 로봇을 들여놓는다고 생산이 되지는 않습니다.

라인이 깔려 있고, 공정이 정해져 있고, 무엇을 어디서 받아 어디로 넘기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로봇이 일합니다. 숙련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뛰어나도 라인 없이는 성과가 쌓이지 않습니다.

전략과 기획 같은 일에도 설비가 필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설비(Virtual Facilities)입니다. 일의 유형, 유형별 역할, 역할마다 정해진 네 칸, 그리고 역할 사이의 연결.

AI 에이전트는 이 설비 위에서 일할 때 성과를 냅니다. 설비 없이 투입하면, 앞에서 본 것처럼 그럴듯한 답만 쌓입니다.

에이전트를 여럿 쓰면 설비 없이도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반대입니다. 로봇이 많을수록 라인이 더 정교해야 하듯, 에이전트가 여럿일수록 누가 무엇을 맡고 어떤 기록을 함께 보는지가 더 분명해야 합니다.

AI를 쓰든 안 쓰든, 갖춰야 할 체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일의 유형별로 수행되어야 할 역할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AI 때문에 생긴 요구가 아닙니다. AI를 쓰든 안 쓰든, 지금 모든 기업이 갖춰야 할 체계입니다. AI는 그 필요를 드러냈을 뿐입니다.

이 체계를 IT로 구현한 것이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입니다. 화면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역할과 그 연결을 구현한 것입니다.

설비가 있으면 누가 맡든 일은 흘러갑니다. 사람이 맡으면 느리고 좁게, AI가 맡으면 빠르고 넓게. 설비를 사람이 다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AI가 초안을 쓰고 사람이 확정하면 됩니다.

AI 기술은 계속 바뀝니다. 설비는 남습니다.

로봇보다 라인이 먼저입니다. AI보다 디지털 엔터프라이즈가 먼저입니다.

다음 편에서 볼 것

적을 수 있는 것은 적어서 AI에게 맡깁니다. 적을 수 없는 것은 사람에게 남습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연구·전략 기획자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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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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